여권내 「국민주권론」힘얻는다…핵심부는 우려

  • 입력 1999년 4월 29일 20시 05분


청와대는 28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겨냥해 “지난달 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총재가 내각제 개헌을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이총재가 26일 “김종필(金鍾泌)총리는 연내 개헌이 안되면 공동여당을 이탈할 각오가 돼 있는가”고 내각제론을 꺼낸 데 대한 대응이었지만 그 자체가 바로 ‘내각제 논의’에 해당되는 얘기였다.

이같은 이율배반은 현재의 내각제 논의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권력 배분’차원에서 비롯된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는 지적이다. 이총재의 ‘내각제 발언’도 기본적으로 내각제는 자신과 김대통령 김총리 3자간 권력게임의 문제라는 인식하에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여권 내부에서 터져나온 내각제 논의의 ‘권력지향성’에 대한 반론과 우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형태를 바꾸는 내각제 문제가 두 지도자 사이의 약속이나 정치게임 차원에서 논의돼서는 안된다”는 국민회의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의 발언은 그 신호탄인 셈이다.

그리고 이 신호탄이 정치권 일각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의 반응은 다르다. 이인제류의 ‘색다른’ 내각제론이 정치 상층부에 국한됐던 내각제 논의의 장을 급속히 확산시켜 통제불능 상태로 몰고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권 외곽의 한 연구소는 최근 이런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핵심부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내각제 논의는 8월말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고 △권부(權府)에서 논의를 독점하지 말고 국민적 공론의 장에 붙이자는 쪽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내각제 논의가 여권의 통제권을 벗어나게 돼 걷잡을 수 없는 정국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으로 돼 있다.

이같은 분석은 ‘내각제 시간벌기’전략이 가지는 필연적 한계를 지적하는 일종의 ‘내부 경고’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여전히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대안도 없다는 점이 더욱 큰 고민”이라는 탄식만 되풀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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