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李총재 내각제 발언」 비난 포문

  • 입력 1999년 4월 28일 19시 36분


지난달 17일 여야총재회담 이후 소강상태를 보여왔던 청와대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관계가 다시 악화될 조짐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28일 이총재의 ‘자민련과의 내각제 연대 시사발언’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총재가 총재회담에서 ‘내각제 개헌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면서 “이총재가 최근 연내 개헌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국가헌법을 여당교란용으로 이용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직격탄을 쐈다. 그는 또 “야당총재가 ‘꼼수’로 여당을 교란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고 몰아붙였다.

이총재에 대한 청와대의 이같은 공격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청와대의 공세 배경에는 여당교란전략을 차단하려는 뜻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총재의 내각제 선회가능성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가 더 강한 듯하다. 특히 자민련과 한나라당 간의 이면접촉설이 나도는 상황을 조기에 봉쇄하지 못할 경우 ‘연내 개헌 불가’를 대세로 밀어붙이기 힘들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또 이총재가 2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경제독재자’로 규정하며 비난한데 대한 김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총재는 “진위여부를 떠나 그런 식으로 말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그 따위 짓을…”이라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무튼 청와대와 이총재 간의 공방이 재개됨으로써 향후 여야관계는 다시 사사건건 치고 받는 상황으로 되돌아 가게 됐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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