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건교委]KAL사고 규명 부실…책임추궁 의지실종

  • 입력 1999년 4월 19일 18시 58분


李건교 답변 고심
李건교 답변 고심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 참사사건을 다룬 19일의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의원들의 준비 부족에다 건설교통부와 대한항공에 대한 추궁 의지 부족현상까지 엿보여 회의가 겉도는 양상을 보였다. 건교위원들은 회의 벽두부터 사건 자체와는 동떨어진 사안을 추궁했다. 국민회의 서한샘, 자민련 오용운(吳龍雲),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 등은 17일 중국 상하이(上海) 사고현장으로 출국한 김일윤(金一潤)건교위원장 일행의 조사단 자격을 문제삼았다.

이들이 “우리에게 통보도 없이 무슨 자격으로 나갔느냐”고 공격하는 등 사건 규명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문제로 한참동안 논란을 벌이자 한나라당 이국헌(李國憲)의원이 “내부문제를 더 이상 들먹이지 말자”고 말리는 촌극도 빚어졌다.

곧 이어진 의원들의 질의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가 직접 조종사 양성에 관여할 생각이 없느냐”(한나라당 이재창·李在昌) “우리나라의 안전감독관 제도 현황이 어떠냐”(이국헌) “2001∼2002년에 완공하게 돼 있는 지방공항시설을 조기 완공할 수 없느냐”(한나라당 노기태·盧基太)는 등의 원론적인 질문만 쏟아졌다. 뒤늦게 외국의 관리사례 등을 담은 자료요청(이재창·이국헌)도 줄을 이었다.

이같은 준비 부실은 건교부의 보고일정이 갑자기 잡혔기 때문이라는 게 의원들의 설명. 이 때문에 건교위원회회의장주변에서는 “건교부가기습적으로 대한항공 건을 보고해 슬그머니 넘어가려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의원들의 태도는 과연 항공 관련 주무 상임위원들인지를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건교부의 감독책임과 대한항공의 부실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정무(李廷武)건교부장관이 “미국의 경우 항공 안전감독관이 약 4천명, 일본은 약 3백명인데 비해 우리는 지난해 8월에야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인원이나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자 “그 정도 인원과 예산가지고 되겠느냐”(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당장 이번 추경안 예산에 반영하라”(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또 건교부가 사고책임을 물어 대한항공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 권기술(權琪述)의원 등은 “다른 국적항공사도 있는데 대한항공에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한 의원은 회의장 주변에서 건교부 고위관계자에게 답변요령을 ‘지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빈축을 샀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