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제2창당 선언]野 물갈이 신호탄인가?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4일 ‘제2의 창당’을 향한 기치를 들어올렸다. 이총재는 이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초청강연에서 “그동안 정부 여당의 야당파괴에 맞선 생존투쟁을 벌이느라 국민적 여망을 충분히 수렴치 못했다.

이제 진지한 반성 위에서 ‘제2의 창당’을 준비하는 심정으로 새로이 출발할 때”라며 한나라당 개조방향을 제시했다.

이총재가 내놓은 개조방향은 △중산층과 소외계층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참신한 신진엘리트에 대해 당의 문호를 과감히 개방하며 △정치를 정책경쟁정치로 바꾸겠다는 게 주요내용.

작년 8월 총재취임 이후 처음 외부강연에 나선 이총재가 의욕적으로 당 개혁방향을 밝힌 것은 그동안 당의 정체성 혼선문제와 비주류와의 갈등 문제 등이 부각될 때마다 ‘이회창 정당’의 건설을 절실히 느껴왔기 때문이다.

이총재가 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주창할 만하다고 생각한 것은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입지강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당명을 바꾸는 일에서부터 당헌당규 개정 등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제2의 창당’을 둘러싼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부 주요당직자들은 ‘제2의 창당론’에 대해 “그런 각오로 뛰자는 뜻이 아니겠느냐”며 축소해석했고 강연장을 찾은 일부 의원들도 “여당이 주창한 제2의 건국을 모방한 용어 아니냐”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아무튼 이총재의 ‘제2의 창당론’은 당내 각 계파의 이해관계와 맞물릴 수밖에 없어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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