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長考中」]국정혼선­人材 한계 절감

  • 입력 1999년 3월 26일 19시 22분


“이대로 가다가는 당에 장래가 없다. 내년 총선도 문제가 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여권 고위관계자들에게 최근 ‘젊은 피 수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논거를 이같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의 언급은 두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하나는 김대통령의 정국구상에 총선대비책이 이미 중요한 가닥으로 포함돼 있다는 점. 또 하나는 김대통령이 당의 현재 체질과 ‘인재 풀’에 대해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김대통령이 강조한 ‘젊은 피 수혈론’이 막연한 구상이 아니라 여권이 부닥치고 있는 한계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의 하나라는 점이 이 언급을 통해 좀더 분명히 드러나는 셈이다.

실제로 여권핵심부에서는 내부적으로 수혈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행계획’까지 이미 마련해 놓았다는 게 한 핵심측근의 전언이다. 다만 ‘젊은 피 수혈론’을 보는 여권 내부의 시각에는 다소 괴리가 감지된다. 특히 이른바 신 구주류 간의 시각차가 그렇다.

즉 신주류측은 김대통령의 ‘의지’에 무게를 두어 강조하는 입장인 반면 구주류 그룹은 수혈론을 ‘원론적인 언급’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구주류측은 ‘DJP갈등’에 따른 국정혼선과 총선승리를 위해 자민련과의 합당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주류측은 수혈론을 통한 당체질 개선은 물론 당내 세력재편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혈론과 합당론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모두 김대통령의 상황돌파를 위한 드라이브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주류에겐 수혈추진, 구주류에게는 합당추진, 당지도부에는 선거구제 협상이란 제각각의 임무를 부여하는 식으로 상황을 동시진행시킨 뒤 종합적인 결론을 내리겠다는 게 김대통령의 구상인 듯하다. 이는 개인이나 집단에 별도 임무를 부여, 최종적인 판단은 직접 내려온 김대통령의 ‘용인술’과도 맥을 함께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우리는 심부름을 할 뿐, 완성될 집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도목수(김대통령)만이 안다”고 말한다.

물론 김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이런 카드들이 전당대회를 연기, 시간을 벌어 놓은 7,8월까지 어떤 종합적인 그림으로 정리될지는 추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최근의 ‘DJP 갈등’조차도‘최종마무리를향한명분축적과정’으로생각하고있다는게측근들의전언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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