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별검사제 「말 바꾸기」

  • 입력 1999년 3월 19일 19시 05분


특별검사제 역시 다른 제도처럼 장단점이 있으므로 도입여부에 대해 찬반의견이 나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검제는 오랜 과제이지만 역대 어느 정권때보다 현 정부 들어 격렬한 논란거리로 대두된 것은 집권측의 입장변화에 큰 원인이 있다. 우리는 제도 자체에 대한 입장표명은 일단 접어두고 도입여부를 둘러싼 정치지도자와 공당(公黨)의 무책임한 말바꾸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제는 인사청문회 제도와 함께 재작년 대통령선거때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가 집권시 도입키로 했던 공약이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야당총재 시절 기회있을 때마다 두 제도의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실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김대통령은 17일 여야총재회담에서 이들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김대통령의 발언은 즉각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야당시절의 공약이 ‘판단 잘못’이었다며 간단히 넘어가려한 김대통령의 자세다.

김대통령의 발언은 “특검제의 부작용을 깊이있게 검토하지 못했다”고 최근 시인한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의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정치인의 소신, 정당의 공약이 만고불변일 수는 없다. 상황변화에 따른 합리적 유연성이 오히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과 공당의 공약은 대(對)국민약속이다. 따라서 공약은 첫째,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내걸어야 한다. 둘째, 불가피한 상황변화로 지킬 수 없을 때는 납득할 만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김대통령과 집권당은 두가지 모두 문제가 있었다.

김대통령은 특검제 반대로 돌아서게 된 ‘상황변화’를 충분하고 성의있게 설명해야 옳다. 그러지 못한다면 유권자의 표와 인기만을 노려 무책임하게 공약을 내걸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검제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기 위한 제도다. 국민회의가 야당일 때의 검찰은 중립을 지킬 수 없었고 지금의 검찰은 완벽하게 중립을 지킬 정도로 거듭났다는 얘기인가. 얼마전 대전 법조비리 사건을 계기로 비화된 검찰파동은 그렇지 않음을 웅변으로 증명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한다고 하나 그렇다면 야당 때는 그것을 몰랐다는 말인가. 중요 공약들이 이럴진대 여타 공약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야당 때는 편한대로 공약하고 집권하면 거북하다고 쉽게 버리는 무책임한 행태는 국민의 불신만 낳는다. 집권여부에 관계없이 항상 국민을 두려워하는 진지한 자세가 정치지도자와 공당의 첫번째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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