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 증언파문]DJ비자금 조사자료 누가 조작했나?

  • 입력 1999년 2월 10일 08시 11분


“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의 ‘DJ비자금’ 폭로를 신문 보도를 통해 보고 깜짝 놀랐다.조작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직동팀’의 내사결과와 발표내용이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97년 10월 대선 직전의 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신한국당의 ‘DJ비자금’ 폭로내용이 사실상 조작된 것이라는 경제청문회 증언이 나와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이 증언자가 당시 청와대 특명사정반인 ‘사직동팀’ 팀장으로 DJ비자금의 계좌추적을 지휘했던 박재목(朴在穆)전경찰청조사과장이라는 점에서 증언의 신빙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사직동팀’이 전문가들을 동원해 내사한 결과를 누가 조작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우선 실무팀을 총괄한 박전과장이 상부의 ‘구미’에 맞게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조작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박전과장은 은행감독원 직원들의 계좌추적결과를 취합해 배재욱(裵在昱·전청와대사정비서관)씨에게 보고했다. 매일 아침 청와대에서 배씨를 만나 업무지시를 받았던 그는 ‘DJ비자금’에 대해서는 “97년 1∼8월 서너차례쯤 보고했으며 최종보고는 9월말경에 했다”고 증언했다.

‘DJ비자금’ 최종보고는 불과 일주일여만인 10월7일 신한국당 강총장의 입을 통해 만천하에 폭로된다. 따라서 조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 일주일 사이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가에서는 이 대목에서 이 사건의 핵심고리인 배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선에서 조작이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그의 ‘윗선’이 개입한 것인지 그가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적인 시각은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박전과장도 “배전비서관이 민정수석이나 정무수석 비서실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도 중요한 사안은 보고됐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의원은 “배비서관이 사직동팀에서 수집한 정보를 신한국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유출했다”면서“일개 비서관 혼자 이를 결정할 수 있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특위위원 아무도 사직동팀에서 내사한 DJ비자금 규모와 신한국당이 발표한 비자금 내용의 차이를 묻지는 않았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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