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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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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를 계기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태에서 여권이 김전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 문제를 정면으로 공격함으로써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전대통령이 정전총회장의 증언내용을 즉각 부인하면서 여권에 대한 강한 분노감을 표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여권도 김전대통령의 대선자금을 한보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해 환란(換亂)의 책임론으로까지 연결시키려는 태세다.
즉 김전대통령이 한보에서 받은 대선자금이라는 원죄(原罪)때문에 한보철강에 무리한 자금지원을 해주었고 이것이 바로 환란의 도화선이 됐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김전대통령이 경제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전대통령측이나 한나라당이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를 제기하며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여 대선자금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여야관계가 더욱 악화될 소지가 많다.
당장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정씨의 증언이 92년 대선당시의 대선자금 진실을 밝히는 차원이라면 그 당시 다른 사람의 대선자금도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며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규명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김전대통령이 받은 대선자금의 성격도 향후 이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핵심은 정전총회장이 제공한 대선자금의 대가성여부. 여권은 정전총회장이 김전대통령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한 대가로 대선을 전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당좌대월과 외화대출을 받은 것은 뇌물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김전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3년이지만 대통령의 재임기간중 공소시효가 중지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설령 대가성이 인정되더라도 김전대통령을 대선자금 문제로 사법처리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 문제로 김전대통령을 최악의 궁지로 몰 경우 여권도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김전대통령의 대선자금 파문은 김전대통령의 향후 대응수위 및 방법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