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기아사태 증인신문]1천억 살포說에 『불가능』

  • 입력 1999년 1월 28일 19시 22분


김선홍(金善弘)전기아그룹회장을 대상으로 한 28일 기아사태관련 경제청문회의 최대 관심사는 이른바 ‘기아비자금’과 ‘김선홍리스트’의 존재 여부였다.

주 공격수는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의원이며 김영환(金榮煥)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김전회장은 “인사치레로 돈을 주기는 했지만 우리 정치풍토에서 기업이 살아나는 것이 어렵고 곤혹스럽다”며 정치권의 책임도 지적했다.

이의원은 먼저 기아가 91년부터 97년까지 회계장부를 허위조작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사실을 상기시킨 뒤 “10년 동안 1천억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정계에 살포한 것으로 안다”며 ‘김선홍 리스트’의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전회장은 “기업을 하다 보면 최소한도의 인사치레를 하지만 전문경영인들이 돈을 취급하려면 실무적으로 여러 사람이 손을 대야 하기 때문에 사적으로 그런 돈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부인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번 검찰수사에서 두 대통령에 대한 정치자금을 조사할 때도 우리가 준 수표는 전부 수표번호가 나와 있었다”면서 “정경유착이 과거에는 있었지만 앞으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자금리스트 추궁이 벽에 부닥치자 이의원은 구체적으로 “5,6공 때 민정계에 4백50억원, 김영삼(金泳三)정권때에는 민주계에 6백억원을 제공했다고 하며 당시 여당의 두 김모의원에게 28억원과 3억원, 또 서모의원에게 7억원, 두 이모의원에게 17억원과 6억원을 주지 않았느냐”며 이들의 당직과 출신지역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김전회장은 “검찰에서도 60명을 동원해 1백일을 조사했으나 그런 것이 없었다”며 “추후 입증된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자 공방의 초점은 인사치레한 돈의 규모로 옮아갔다. 이의원은 “떡값이 1백만원도 있고 1천만원도 있고 4천만원 미만까지 떡값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며 구체적인 액수를 물었으나 김전회장은 “그렇게 큰 액수는 없었다”고 계속 버텼다.

이에 이의원은 “증인은 낮에는 전문경영인, 밤에는 부실비리주범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존재”라며 면박을 주고 물러났다.

김의원은 기아자동차의 장부를 제시하며 “합법적으로 영수증 처리된 돈이지만 집권여당 도지부에 수천만원의 돈을 여러번 보내고 구여당 실세 수십명에게 기백만원에서 기천만원에 이르기까지 돈을 준 것이 나와 있다”며 “이것이 인사치레냐”고 몰아붙여 김전회장으로부터 “죄송하다”는 사과를 받아냈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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