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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17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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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은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이다. 한차례 현장접근 대가로 3억달러를 요구했던 북한이 현물보상도 괜찮다는 쪽으로 주장을 돌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설득력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찰을 받아야 할 시설이 있다면 몇차례든 사찰을 받는 것이 북한의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번 미국과의 3차 회담에서 별다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그같은 태도를 견지한다면 주변의 대북 강경분위기는 더욱 세(勢)를 얻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럴 경우 대북 화해교류협력정책을 추진하는 한미(韓美) 양국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고 결과적으로 북한만 타격을 받게 된다. 23일 재개되는 회담에는 북한이 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자세로 나와야 한다.
오늘부터 열리는 4자회담 제4차 본회담은 ‘평화체제 구축’과 ‘긴장 완화’등 2개 분과위를 중심으로 한반도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4자회담이 마침내 본질문제 논의에 착수하게 됐다는 점에서 커다란 진전이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의 군관계자들도 참석한다. 비록 북한측 군관계자는 불참하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동안 몇차례 거론되어 오던 남북한 군당국자간의 핫라인설치나 군사훈련상호통보 등 초보적인 현안부터 논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4자회담은 한반도 냉전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분위기 진전에 따라 대량살상무기제한 등 군비통제문제가 본격 거론되어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등 남북한간 불신대결구도를 평화공존구도로 바꾸고 종국적으로는 4강의 남북한교차승인까지도 내다보며 회담을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측이 이번 회담에서도 주한미군철수나 북―미평화협정체결 등 비현실적인 주장을 다시 들고 나온다면 회담의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측은 의도적으로 한국측을 도외시하면서 미국측과의 대화에만 집착하는 종전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 5일 동안 회담을 하다보면 남북한 대표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도 많을 것이다. 한반도문제 해결에 가장 시급한 것은 남북한 당국간의 대화 복원이다. 북한측이 보다 진전된 자세로 나와 4자회담이 그같은 대화 복원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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