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왜 이러나?/국회파행 긴급점검]野大서 與大로

입력 1999-01-08 19:33수정 2009-09-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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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정치가 왜 이런가. 여야가 연 사흘째 국회에서 격돌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의 입에서는 이런 자탄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정권교체후 정치권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대립과 반목이 계속됐다. 원인은 여러 시각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권교체의 후유증이라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여당은 미숙한 운영으로 정국안정을 이루지 못했고 야당은 정권을 잃은 상실감에 빠져 ‘건전야당’으로 거듭나는 데 실패했다. 거시적으로는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의 전환과 그 과정이 여야를 자극했다. 또 ‘3김(金)정치’의 종식은 정치권의 리더십공백을 불러왔다. 여야의원들의 16대총선을 앞둔 공천노이로제와 집단대결의식도 한몫했다. 난파직전에 처한 정치현실의 원인을 진단해본다.》

한국정치의 고질(痼疾) 중 하나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숫자에 의한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는 점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일 때는 야당이 힘을 과시하고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반전되면 여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반복되곤 한다.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도 이같은 행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때 반수보다 10석 이상 많은 야대 위치에 있던 한나라당은 이를 무기로 김종필(金鍾泌)총리인준안 처리에 반대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야당의원빼내기를 시도했고 현격한 열세에서 벗어나 사실상 반수에 근접했다고 보았을 때 총리인준안을 처리했다.

여야의 의석이 한동안 균형을 이루면서 정기국회 초반에는 국정감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등 순항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여당에 입당하면서 9월말부터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여당은 과반수 의석 확보를 계기로 사정(司正) 등을 통해 몸불리기를 계속했고 야당은 극한 대응으로 맞섰다.

결국 예산안을 공동여당이 단독처리하고 산적한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못한 채 정기국회를 마감했다. 정기국회 폐회에 이어 곧바로 임시국회가 열렸으나 여당의 몰아치기와 야당의 저항이 충돌해 파행을 거듭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국회 529호실사건’을 통해 안기부의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여당은 연사흘 본회의 변칙 강행처리로 힘을 과시했다.

국민회의가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변칙처리를 강행한 것은 정계개편이라는 큰 목표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한나라당 의원 추가 영입을 통해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한 뒤 자민련의 연내 내각제개헌 요구를 저지한다는 게 청와대와 국민회의 1차 목표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국민회의가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뒤 2002년 차기 정권 재창출을 2차 목표로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권이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야당 몰아붙이기를 통해 한나라당의 내분을 격화시켜 이총재의 입지를 최대한 약화시키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총재가 안기부 정치사찰의혹을 물고 늘어지며 극력 저항하는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힘의 유혹을 버리지 않는 한 정치권의 파열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많은 사람들의 얘기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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