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개혁 발목잡는 국회

  • 입력 1998년 12월 21일 19시 24분


올해는 어느 해보다 강도높은 교육개혁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교육개혁 의지가 투영된 결과였다. 교사 사립학교 등 개혁 대상이 된 측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으나 수요자 입장에 있는 학부모 대다수는 찬성의사를 나타냈다. 교육개혁의 불가피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개혁법안들은 마지막 단계인 국회 심의와 의결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의 법안들이 국회에서 보류되거나 원안에서 크게 후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핵심법안인 교원정년 단축문제를 보자. 국민회의와 교육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현행 65세 정년을 3년에 걸쳐 60세로 줄이는 방안을 확정했다. 교직단체들의 거센 항의 속에서도 확고한 것으로 보였던 이 방안이 지금 국회 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표류중이다.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각각 63세 단축과 65세 고수를 주장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교육부는 62세로 높이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교육개혁이라는 국가적 명제를 놓고 여야가 밀고 당기는 ‘거래’를 하는 양상이다.

국민회의 수정안이 채택된다면 37만명의 교원 가운데 신규로 정년퇴임 대상이 되는 교사는 1만1천명, 전체의 3%에 불과하다. 기대했던 교직 사회의 물갈이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정도 ‘개혁’을 하자고 그동안 교육계가 온통 난리법석을 피웠는지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국회가 손에 쥔 채 미적거리고 있는 교육개혁 법안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2월 노사정 대타협 합의사항인 교원노조 법제화와 수습교사제 도입, 학교운영위원회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법안들은 2002년 대입 무시험 전형 등 정부의 교육개혁 조치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국회 통과가 미뤄지는 만큼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반대이유는 ‘여론’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만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법안들이 나름대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교원정년을 60세로 단축하는 문제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찬성의사를 나타냈다.

개혁대상이 된 교직과 사학단체들은 국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활동을 폈다. 이에 비해 학부모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밖에 없다. 몇몇 학부모단체만이 결성되어 있을 뿐 전체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개혁 법안과 관련해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소수 이익단체에 휘둘려 다수 국민의 의사를 외면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다수가 공감하는 교육개혁을 국회가 발목잡아서는 안된다. 도대체 교육개혁을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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