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위 논란/청와대-관련부처 반응]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35분


정부개혁 및 민원행정 개선문제 등을 논의한 제2건국위 태스크포스(특별대책팀)의 문건 내용이 보도되면서 제2건국위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 등 구조조정추진 대상으로 꼽힌 기관들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삼가면서도 마뜩지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2일 저녁 동아일보 3일자 초판에 이 문건의 내용이 보도되자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즉각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김대통령은 이날 밤 MBC TV와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예정에 없이 제2건국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절대로 필요한 일이라며 야당도 오해가 있다면 적극 참여해서 감시할 것을 주문했다.

김대통령은 3일 오전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당3역 등으로부터 주례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제2건국운동을 정치에 이용하면 실패할 것이므로 하라고 해도 안할 것”이라며 “야당도 들어와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래(李康來)정무수석이나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은 “유출된 문건은 기획단에서 논의할 자료를 준비하는 태스크포스의 1차회의 자료를 정리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오래 전부터 제2건국위 문제로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뭔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제2건국위가 일도 시작하기 전에 비틀거리고 있는 이유는 우선 제2건국 선언 이후 4개월여 동안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 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머뭇거렸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정부패척결이나 기초질서확립 같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과제를 추진하면서 민간운동역량을 결집해야 하는데 조직구성 등의 문제로 시간만 끌다 부작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언론에 공개된 문건은 제2건국위의 공식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 검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제2건국위가 실제로 감사원이나 법무부 등 정부 기관을 구조조정하려고 시도한다면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령에 존립 근거를 둔 제2건국위가 법적 근거가 있는 정부기구를 구조조정하려 한다는 것은 법체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앞으로 부패방지법이 제정되면 감사원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에 감사원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확대조정이 필요한 기구”라며 “제2건국위의 성격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구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조개편 문제는 이미 기획예산위원회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제2건국위가 전담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과 법무부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부처인 만큼 기획예산위가 손대기 껄끄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공정위를 두 부처와 같은 성격으로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는 현재 업무에 비해 인원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제2건국위가 공정위의 구조개혁을 맡는다 해도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청·이수형·신치영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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