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총재회담 주목한다

  • 입력 1998년 11월 8일 19시 2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단독으로 회담한다. 본격적인 여야 총재회담으로서는 김대중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경제난국 타개와 민생문제 개선을 외면한 채 사생결단의 정쟁만 되풀이했다. 이번 총재회담은 대립과 갈등의 파괴적 정쟁을 지양하고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 정치를 구현하는 시발이 돼야 한다. 총재회담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크다.

정권교체 이후 여야는 안정적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대치해왔다. 야당은 김대통령 취임 당일부터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하며 국회를 공전시켰다. 새 정부는 정치인 사정과 정계개편을 추진하면서 국세청 대선자금모금 사건(세풍)과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총풍)을 들춰냈다. 정부가 개혁의 이름으로 시도한 일련의 작업은 결과적으로 과거를 주로 겨냥했고 야당은 이에 저항했다. 여야는 상대의 행태를 ‘개혁 발목잡기’와 ‘야당 죽이기’로 규정하며 서로를 불신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여당은 개혁추진과 국정수행에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야당은 도울 것은 도우며 정부여당을 비판 견제해야 한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과 남북관계 및 외교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정기국회에 맡겨진 내년도 예산안 처리, 정치개혁 경제개혁과 실직자 구제를 비롯한 민생보호에 필요한 입법, 경제청문회 문제도 여야간에 충분히 조정돼야 한다. 사정과 정계개편, 세풍과 총풍에 대한 견해차이도 격의없이 개진돼 상호이해를 넓혀야 한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이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보도에 따르면 여야는 세풍과 총풍에 대한 이총재의 입장표명을 전제로 총재회담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총재가 당내 회의에서 세풍에 대해 사과하고 총풍에 대해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도 여야협상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때늦었거나 당연한 입장표명이 회담조건이나 협상대상이 된 것은 온당하지 않다. 이총재는 회담과 별도로 국민을 향해 당당히 입장을 밝혔어야 옳다. 특히 사정대상 정치인 처리를 놓고도 여야간에 ‘교감’이 있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제다. 정치가 검찰권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총재회담에서는 여야관계 재구축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그 출발점은 상대를 정당하게 인정하고 상호신뢰를 쌓는 일이다. 이총재를 정치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던 여권의 태도는 잘못이다. 8개월 이상 꼬여온 정치를 정상화하는 것이 이번 총재회담의 최소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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