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 『때로는 타인처럼』…내각제 싸고 신경전

  • 입력 1998년 9월 29일 19시 17분


내각제 발언은 정치권에 진동을 동반한다.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에서는 특히 그렇다.

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국민회의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이 28일과 29일 각각 내각제 문제를 꺼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김총리는 대통령제의 폐해를 강조하며 내각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조대행은 불순한 의도를 내포한 내각제 논의의 중지를 요구했다. 내각제 문제에 관한 한 결코 동질성을 느낄 수 없는 양당의 처지를 대변한 셈이다.

조대행은 29일 고려대 노동대학원 초청강연에서 “일반 제도적인 측면에서 내각제를 언급하는 것은 좋지만 정략적으로 사정을 피하기 위해 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각제 논의를 즐기는듯한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발언시점이 김총리의 내각제 발언 바로 뒤라는 점에서 ‘가시가 담긴’ 발언이었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이제 카리스마 정치가 아니라 법과 제도에 의한 의회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는 김총리의 발언이 전해졌을 때 내심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었다.

김총리의 발언으로 적절한 의사표명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자민련은 국민회의측의 반내각제 발언에 더이상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양당이 이미 내각제 추진을 당헌으로 채택하고 있는 만큼 일부 인사의 돌출 언행은 가급적 무시하겠다는 태도다. 자민련이 느긋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내각제를 현 공동정권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기 때문. 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회의가 자민련과 손을 끊고 정권을 순조롭게 운영할 수 없는 처지인 만큼 내각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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