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5대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지연돼 상임위 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의원들은 예년에 비해 1개월가량 늦은 지난달 말경에야 국감준비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15대국회 들어 활성화됐던 사전 현장방문조사와 같은 내실있는 국감준비가 이번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96년에는 환경노동위의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이 팔당호의 상수원수질오염실태를 현장조사했고 지난해에는 국민회의 소속의원들이 역시 같은 조사를 벌였었다.
또 예년 같으면 지금쯤 국정감사 일정이 잠정적으로 확정됐으나 올해에는 국정감사 시점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으로 일정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회의는 10월 중 경제청문회 개최방침에 따라 10월 초 추석연휴 이전에 국감을 끝내야 한다며 14일부터 국정감사를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21일경부터 국정감사를 시작하자는 의견이다.
검찰의 정치권 사정과 여소야대가 여대야소로 바뀌는 등 불안정한 정국상황도 의원들이 국정감사준비에 전념하지 못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탈당설까지 난무해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원들의 경우는 “이제 야당에서 여당이 됐으니 굳이 국정감사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최근 한 정부부처의 비리의혹을 제기하는 자료를 내놨더니 당내에서 ‘아직도 야당인줄 아느냐’는 식의 눈총을 받았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국감준비냐”고 흥분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