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국세청 불법모금」 알았나? 몰랐나?

  • 입력 1998년 9월 3일 19시 3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고민에 빠졌다.

이총재측은 여권이 ‘이회창 죽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공개질의를 통해 이총재가 국세청을 통한 불법모금에 직접 관여했던 것처럼 몰아가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이총재측은 그러나 “대선 당시 선거자금은 당의 공조직이 직접 관리해 이총재는 선거자금 모금과 사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대선자금 모금 수사는 이총재를 겨냥한 고도의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이총재가 일단 대선자금 불법모금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의 압박공세는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이총재가 향후 진로선택에 고민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목 때문. 여권의 공세에 밀렸다가는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대선 패배 8개월만에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재기에 성공한 마당에 무작정 저항하는 모습만 보일 수도 없다. 과거 야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이총재의 부담이다.

이총재는 여권의 흠집내기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경분리전략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사정 등 야당흔들기에 대해서는 강력 저항하되 민생문제 해결에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여당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고리로 맞불작전을 구사할 작정이다. 그러나 개인비리로 수사대상이 된 의원들에 대해 당이 ‘보호막’을 쳐주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내상(內傷)을 입는 한이 있더라도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도 “이총재체제 출범 후 차기정권 탈환이라는 희망이 생겼다”면서 “단합하면 사정정국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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