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직거래 확대 유보…「유통개선안」사실상 백지화

  • 입력 1998년 8월 12일 19시 48분


해양수산부가 소비지 경매 폐지 및 직거래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수산물 유통개혁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현행 유통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이름뿐인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은 지난달 1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국정과제 추진보고를 하면서 “산지에서 경매된 수산물은 소비지 도매시장에서 재경매를 거치지 않고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산물유통개혁추진기획단이 12일 공개한 수산물유통촉진법안은 “중앙도매시장에 상장된 수산물은 경매 또는 입찰의 방법으로 매매한다”고 규정, 현행처럼 소비지 도매시장 경매를 의무화했다.

해양부는 당초 “소비지 경매 중 70∼80%는 실제로 열리지 않으나 3∼5%, 연간 2백억∼3백억원의 수수료가 소비지 도매법인에 들어간다”면서 “생산자에게 제값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싼값에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선 소비지 경매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또 직거래유통 확대방안은 직판장 확충에 소요되는 60억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고 민간유통업체들의 호응이 적다는 이유로 추진이 유보된 상태다.

이처럼 정부가 당초 밝힌 것과는 크게 달라진 ‘개혁안’에 대해 5일과 12일 열린 공청회에서도 많은 참석자들이 “대통령에게 장관이 보고한 내용대로 수산물 유통구조 개혁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기획단이 도매법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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