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만찬/이모저모]김대통령, 사진촬영前『웃읍시다』

  • 입력 1998년 8월 1일 07시 1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 노태우(盧泰愚) 전두환(全斗煥)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의 31일 청와대 부부동반 만찬은 1시간35분 동안 진행됐다.

○…만찬에는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만 배석. 김대통령의 말과 김실장의 메모를 종합, 만찬대화를 소개한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노,전,최전대통령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김대통령의 노력과 지도력을 평가하는 대화가 주류를 이뤘다”고 전언.

그러나 김전대통령은 다른 전현직 대통령들이 경제위기 등 국정현안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경청했을 뿐 별로 말이 없었다는 후문. 그는 다만 현대의 금강산 프로젝트 얘기를 하면서 “거제도에도 해금강이 있는데 경치가 정말 좋다”는 말만 했다는 것. 박수석은 “김전대통령의 표정이 어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표정”이라고 소개.

○…이에 앞서 만찬장에는 노,최,전, 김전대통령 순으로 도착. 노전대통령은 김대통령이 “오랜만입니다”고 인사를 건네자 “오랜만이라 감개무량합니다”며 주위를 일별.

김대통령은 이어 도착한 최전대통령의 부인이 병환중임을 의식, “영부인께서는 건강하십니까”라고 안부를 건네기도.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은 서로 “오랜만입니다”고 간단한 인사를 건넸으나 김전대통령의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는 김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를 포옹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고 반가움을 표시.

○…이어 전현직 대통령들은 날씨와 농사얘기를 화제로 대화를 나눈 뒤 나란히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는데 김대통령이 “웃고 찍읍시다”고 농담을 던지자 모두 미소.

전현직 대통령들은 이어 만찬장인 충무실로 이동. 최전대통령이 김전대통령이 먼저 만찬장으로 성큼 걸어들어가는 모습이 좀 민망했던지 김대통령에게 “주인이 먼저 들어가시죠”라고 권했으나 김대통령은 “손님이 먼저 들어가셔야죠”라고 권유.

이에 전전대통령이 “우리는 길을 모르니 (김대통령께서) 먼저 들어가셔야죠”라고 조크를 던지자 김대통령도 웃음.

전현직 대통령들은 이어 노전대통령 재임시절 신축한 신관과 녹지원 등 경내 시설을 화제로 대화.

▼김대통령〓전전대통령께서는 이곳 신관엔 처음 와보시는 거죠.

▼전전대통령〓김전대통령께서 ‘칼국수 오찬’에 초청했을 때 한번 와보고는 처음입니다.

▼김대통령〓녹지원 뜰에 있는 나무는 3백년 이상이나 됐다는데그렇게좋은나무는처음 봅니다. 법주사에 있는 노송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나무와비슷한것같습니다.

▼노전대통령〓여름에 그 나무 아래서 추어탕에 막걸리를 곁들이면 시골맛이 납니다. 채마밭도 있고요.

이 말에 전전대통령은 고(故)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청와대가 좁아 40평 정도의 상춘재를 짓고 그곳에서 고기도 구워 먹으며 애용했다고 설명.

○…만찬을 마친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곧바로 귀가.

김전대통령은 상도동 자택 앞에 있던 20명 가량의 취재진에 아무런 소감도 피력하지 않고 곧장 집안으로 직행.

노전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구조조정 등 김대통령이 밝힌 내용을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소신있게 밀고 나가도록 얘기했다”고 언급.

전전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화기애애하고 좋은 분위기였다. 나는 와인도 많이 마셨다”며 만족감을 표시. 그는 “여러분이나 나나 현정부의 정책이 왔다갔다하는 것에 대해 걱정했지만 전혀 기우에 불과했다”면서 “내가 ‘오늘 이 자리가 과거사와 화해하고 화해를 바탕으로 모두 협력해 미래 역사를 훌륭히 창조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더니 모든 분들이 찬성했다”고 언급.

최전대통령은 “그동안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느라 노력한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는 요지로 얘기했다고 최흥순(崔興洵)비서관이 전언.

〈김창혁·송인수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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