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안기부 문건」공세 강화…여권 『대응자제』

  • 입력 1998년 7월 9일 19시 48분


안기부의 ‘새 정부 인사관련 일부지역 오해 불식방안’ 등 문건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이 대여(對與)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원과 지구당위원장 당직자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기부 정치공작 규탄대회’를 열고 투쟁결의를 다졌다.

이한동(李漢東)총재대행은 대회에서 “자신이 공작정치의 피해자라며 안기부의 정치불개입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를 정면으로 어겼다”며 ‘국민과 함께 하는 투쟁’을 선언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김대통령이 즉각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정치공작을 획책한 이종찬안기부장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강릉에서 급거 상경한 조순(趙淳)총재 주재로 긴급총재단회의를 열고 ‘안기부문건’과 관련한 투쟁에 모든 당력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회의에서는 “김대통령이 사과하기 전에는 일체의 정치협상을 중지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또 95년 2월 안기부의 ‘지방선거 연기 검토 문건’ 파문 당시 김덕(金悳)안기부장과 정형근(鄭亨根)안기부1차장이 즉각 해임된 전례를 들어 “김대통령이 이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긴급총재단회의는 당초 국회의장 선출과 후반기 원구성 문제도 의제로 다룰 예정이었으나 ‘시국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다음으로 미뤘다. 국회의장후보 선출을 위해 13일 열 예정이었던 의원총회도 연기했다.

조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안기부장을 즉각 해임하고 관계자들을 엄중 조치할 것을 요구하며 필요할 경우 장외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재 보선을 겨냥한 정치공세로 보고 맞대응을 자제하기로 했다.

국민회의 신기남(辛基南)대변인은 이날 간부간담회가 끝난 뒤 “경제가 어렵고 노동계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야당측이 정치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위기 탈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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