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亂공방/경제청문회]『끝을 볼텐가?』 분위기 급랭

입력 1998-05-07 20:05수정 2009-09-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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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환란(換亂) 책임공방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은 7일을 고비로 반전됐다.

청와대는 6일까지만 해도 국민회의 경기지사 후보인 임창열(林昌烈)전경제부총리에게 논란의 초점이 맞춰지자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 국민회의쪽에 대응을 미루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7일에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청와대에는 격앙된 분위기가 역연했다. “나라 전체를 도탄에 빠뜨리고 1백50만 실직자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이제 와서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한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청와대는 또 환란 책임공방이 결코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환란의 주범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한나라당이므로 책임공방이 가열될수록 화살끝이 김전대통령과 한나라당쪽으로 향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결국 임창열전부총리를 끌고 들어간 김전대통령의 검찰답변은 스스로도 의도하지 않은 자충수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들이 김전대통령의 검찰답변을 그의 충동적인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현재의 청와대 기류다. 김전대통령을 경제청문회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당쪽의 강공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당에서 대통령 뜻을 헤아리지 않았겠느냐,당쪽도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국회 회기중에 현역의원인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든 안되든 처리과정에서 환란의 책임소재에 대한 시비를 명명백백히 가리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미 당정간에 이번 사태에 대한 충분한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단 당이 전면에 나서 주도적으로 대응키로 역할분담까지 이뤄진 것 같다.

그러나 여권이 정말 김전대통령을 지방선거 이후 경제청문회 증언대에 세우는 등 사태를 ‘막다른 골목’으로까지 몰고가려는 의도가 말처럼 강한 것 같지는 않다. 지금으로서는 정치공세적인 성격이 오히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권 핵심부는 김전대통령이 지방선거 후 정치권의 재편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김전대통령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울 경우 정치보복으로 비쳐질지 모른다며 내심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청문회가 열리면 국민여론에 밀려 김전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은 청와대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방선거 후 경제청문회 개최를 이미 공언한 바 있다.

특히 당분간 실업자가 계속 증가하는 등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환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김전대통령의 향후 운명을 솔직히 점치기 어렵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여권의 대응 역시 국민정서에 따라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청문회나 환란의 책임공방은 역으로 6·4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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