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이날 귀국기자회견에서도 “이제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등과 협의, 국내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김대통령 앞에는 굵직한 정치현안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우선 금주 초 ASEM설명회를 겸한 여야영수회담이 예상되며 10일에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리게 돼 있다.
중순에는 김종필총리 인준문제가 국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며 하순에는 김대통령의 제2차 ‘국민과의 대화’ 일정이 잡혀 있다.
이 가운데 여야영수회담은 향후 정국의 진로를 결정할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ASEM 출국 직전 동아일보 창간 78주년 기념 특별인터뷰를 통해 귀국 후 영수회담에서 총리인준문제 등 정치현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새로운 여야관계 설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야당에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초당적인 협조를 강력하게 당부할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취임 후첫 외교활동에서 ASEM의 투자사절단 유치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 상당한 자신감에 차 있다.
김대통령은 그 탄력을 이용, 국내정치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영수회담은 여야의 국정협력을 둘러싼 ‘담판’의 성격을 띨수도있다는관측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의 ‘4·10’ 전당대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각 계파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총재경선을 유보한다는 한시적 휴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4·2’ 재 보궐선거에서의 압승에 이어 당 내홍(內訌)의 뇌관(雷管)을 제거함으로써 당분간 거야(巨野)의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자연발생적인 세력약화를 기대해왔던 김대통령과 여권으로서는 여건이 더욱 불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김대통령의 적극적인 정국구상과 야당의 기세가 두꺼운 전선(戰線)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총리인준문제가 다시 여야간 쟁점으로 부상하게 될 이달 중순에는 정국경색이 심화되고 이는 곧바로 지방선거전에서의 극한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김대통령과 여권은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제2차 국민과의 대화는 그 일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협력이 절실하다는 국민여론을 조성, 야당에 우회적인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은 이번 대화에서 실업대책 등 경제난국 극복방안을 주로 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국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권의 정쟁중단을 촉구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중을 둘 것이라는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여야간 대립국면이 해소되지 않고 총리인준문제에 관한 격돌이 재연될 경우 김대통령이 정계개편에 대해 현재와 같은 초연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동정권의 파트너이자 총리인준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자민련의 강공드라이브를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아무튼 ‘화려한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김대통령에게 골치아픈 국내정치가 숙제로 다가섰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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