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國政 숙제」산적…주초 영수회담이 첫 고비

  • 입력 1998년 4월 5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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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마치고 귀국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많은 국내정치 현안에 대한 ‘결재’를 어떻게 내릴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귀국기자회견에서도 “이제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등과 협의, 국내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김대통령 앞에는 굵직한 정치현안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우선 금주 초 ASEM설명회를 겸한 여야영수회담이 예상되며 10일에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리게 돼 있다.

중순에는 김종필총리 인준문제가 국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며 하순에는 김대통령의 제2차 ‘국민과의 대화’ 일정이 잡혀 있다.

이 가운데 여야영수회담은 향후 정국의 진로를 결정할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ASEM 출국 직전 동아일보 창간 78주년 기념 특별인터뷰를 통해 귀국 후 영수회담에서 총리인준문제 등 정치현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새로운 여야관계 설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야당에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초당적인 협조를 강력하게 당부할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취임 후첫 외교활동에서 ASEM의 투자사절단 유치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 상당한 자신감에 차 있다.

김대통령은 그 탄력을 이용, 국내정치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영수회담은 여야의 국정협력을 둘러싼 ‘담판’의 성격을 띨수도있다는관측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의 ‘4·10’ 전당대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각 계파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총재경선을 유보한다는 한시적 휴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4·2’ 재 보궐선거에서의 압승에 이어 당 내홍(內訌)의 뇌관(雷管)을 제거함으로써 당분간 거야(巨野)의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자연발생적인 세력약화를 기대해왔던 김대통령과 여권으로서는 여건이 더욱 불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김대통령의 적극적인 정국구상과 야당의 기세가 두꺼운 전선(戰線)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총리인준문제가 다시 여야간 쟁점으로 부상하게 될 이달 중순에는 정국경색이 심화되고 이는 곧바로 지방선거전에서의 극한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김대통령과 여권은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제2차 국민과의 대화는 그 일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협력이 절실하다는 국민여론을 조성, 야당에 우회적인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은 이번 대화에서 실업대책 등 경제난국 극복방안을 주로 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국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권의 정쟁중단을 촉구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중을 둘 것이라는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여야간 대립국면이 해소되지 않고 총리인준문제에 관한 격돌이 재연될 경우 김대통령이 정계개편에 대해 현재와 같은 초연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동정권의 파트너이자 총리인준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자민련의 강공드라이브를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아무튼 ‘화려한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김대통령에게 골치아픈 국내정치가 숙제로 다가섰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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