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창간기념회견 점검대담/정계개편]이협-서상목씨

  • 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 이협국민회의의원〓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동아일보 창간 78주년 기념회견에서 “정치가 더 이상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경고적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국회운영의 어려움이 거듭될 때마다 당내에서 시급한 정계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정계개편에 적극성을 띠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도 함축됐다고 봐야 합니다.

▼ 서상목한나라당의원〓정계개편이란 말 자체가 후진적입니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란 민주정치가 이룩되지 않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는 김대통령의 말을 믿고 싶습니다.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도 과거 신한국당이 자민련을 와해한다고 전국에서 집회를 갖고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 김총리서리가 정계개편을 강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고 민주주의 의식에 관한 한 역시 옛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권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이란 인위성 강압성이 안들어갈 수 없습니다.

▼ 이〓정계개편이라는 용어가 어색하다는 말에는 동감입니다. 그러나 ‘경고’적 의미에는 국정협조에 대한 ‘호소’가 다하면 어쩔 수 없이 정치상황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 서〓바로 그것이 정치의 후진성 아닙니까. 미국도 여소야대지만 클린턴대통령이 야당에 “당신들 협조 안하면 우리는 정계개편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하지는 않습니다.

▼ 이〓정계개편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인자(因子)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김종호(金宗鎬) 박세직(朴世直)의원이 탈당한 것도 새 출발한 정부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야당의 태도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 서〓그분들의 탈당이 100% 자발적 의지인지, 아니면 뒤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굳이 대통령이나 총리서리가 정계개편을 주장할 필요가 뭐 있습니까. 가만히 있어도 갈 것 아닙니까. 그래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새정부가 출범한지 한달 정도 됐지만 총리 임명동의안 빼고는 야당이 협조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김종필씨가 총리되는 것 하고 경제가 안되는 것 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 이〓한나라당내 강경파들이 당론이라는 이름하에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국 해결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침묵하는 중진들이라든지 국가와 정국안정을 걱정하는 분들이 자기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지 않습니까.

▼ 서〓여권수뇌부가 자꾸 그런 얘기를 하면 대화통로는 더욱 막히고 맙니다. 특히 어제 김총리서리의 발언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들렸습니다.

▼ 이〓옛날 같으면 선거법 위반자 등을 구제해 주겠다든지, 여당쪽으로 넘어오지 않으면 무슨 조치를 취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당적을 옮기는데 영향을 줬지만 지금은 그런 징후가 없지 않습니까. 최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여당으로 옮긴 것처럼 여당이 아니면 정치하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당적변경을 포함해 광범한 의미의 정계개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 인위적 수단은 없습니다.

▼ 서〓정치인으로 야당하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후진적인 생각입니다. 야당하면서도 정치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김대통령이 당선 직후 야당에도 정치자금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정치분위기가 바뀌어야 합니다.

▼ 이〓지금까지는 ‘호소’의 단계입니다. 대통령의 언급도 아직까지는 야당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하고 대화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 아닙니까. 6개월이든 1년이든 서로 협력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인위적 정계개편 의지가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분명히 해왔습니다. 다만 우리 당과 자민련은 이쪽으로 오겠다는 사람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 서〓우리 당에는 여러분들이 모여 있고 민주적 정당이다 보니 시끄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두 의원이 탈당했지만 탈당할 의원들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제 보궐선거 결과에서도 나타났지만 국민이 여당이라고 표를 주지는 않습니다.

▼ 이〓정치가 안정을 누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지금의 틀로서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는 차원 높은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이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를 계기로 실행에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서〓인위적으로 과반수를 만들었다고 해서 경제가 잘 되지는 않습니다.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는 것과 여당이 과반수가 된다는 것은 핀트가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정부조직개편이 복잡하게 돼 경제정책의 중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부처내에는 재정경제부가 있고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위도 있습니다. 정계개편보다 시급한 것은 경제팀들의 팀워크입니다.

▼ 이〓대통령을 중심으로 행정부가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국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정치권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야당이 경제현안을 풀어가는데 협조하지 않은 것이 뭐냐”고 말씀하시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대단히 미흡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적시에, 또 생산적으로 현안을 처리했느냐는 것입니다.

▼ 서〓금융 및 경제관련법 처리는 국민의 시선 때문에 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총리인준문제의 경우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며 경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 이〓여소야대의 틀이 되다보니 매사가 부딪치고 정쟁거리가 됐습니다.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가 되다보니 국민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정계개편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 서〓성숙한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여망이지요.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드러났지만 2석정도를 잃으면 야당이 급속히 무너질 것이라고 보았잖습니까. 그러나 야당이 됐어도 국민이 지지했습니다.

▼ 이〓보궐선거를 통해 지역감정이라는 역사적 과제가 아직 미해결인 채로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합동연설회에서 지역감정이라는 특효약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선결과를 국정의 큰 흐름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입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파고가 지나면 틀림없이 변화된 현상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 서〓여권 수뇌부와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하면 오해를 사게 됩니다. 정치의 진화과정은 수가 모자란다는 문제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모이는 쪽으로 구조가 바뀌었으면 합니다.

〈김창혁·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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