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줄잇는 탈당說]정계개편 이미 시작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26분


정치권은 ‘북풍파문’이 한고비를 넘기자 ‘4·2재 보선’과 ‘6·4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선거전’으로 당력을 급속히 이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정작 숨을 죽이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선거전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에 흐르기 시작한 정계개편의 기류다.

우선 그동안 ‘인위적 정계개편’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여권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 집권후부터 총리인준문제와 추경안처리 등 사사건건 ‘거야(巨野)’에 발목을 잡혀왔던 여권은 “정계개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쪽으로 거의 돌아섰다.

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아직 공론화를 자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붕괴돼야 한다”(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27일 경북의성정당연설회)는 여권수뇌부의 표현은 강력한 정계개편추진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여권은 이미 총리인준처리과정에서 20∼30명의 한나라당의원들을 ‘포섭’해 놓은 상태라고 주장한다. 때마침 지도체제 갈등으로 한나라당 내부가 들썩거리기 시작한 것은 그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종호(金宗鎬) 박세직(朴世直)의원의 탈당결심에 이어 중부권 영남권의원 10여명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심상치 않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수성(李壽成) 이홍구(李洪九)전고문을 평통수석부의장과 주미대사에 기용한 것도 심리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원들이 대거 탈당한다 해도 곧바로 여당으로 향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거명되는 의원들의 면면을 볼 때 일단 교섭단체구성 등 정치세력화를 꾀한 뒤 적절한 시점에 정치성향이 비슷한 자민련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계개편의 그림이 가시화할 1차적 계기는 4·2재 보선이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번 선거에서 여권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한나라당 전당대회이후의 상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계개편의 최대고비는 역시 ‘6·4지방선거’다. 한나라당이 선전하면 ‘거야’의 틀을 그런 대로 유지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한나라당의 급속한 해체와 대폭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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