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계파별 勢대결 양상]총재경선 『하자』『말자』

  • 입력 1998년 3월 16일 20시 11분


4·10전당대회를 향한 한나라당의 계파별 움직임이 ‘호흡조절’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협상국면에 들어섰다. 전당대회 소집에 필요한 기간(17일 가량)을 빼면 늦어도 25일까지 지도체제 골격에 대한 당내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4·10전당대회에서 경선까지 할 것이냐 여부는 별개다.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은 16일 낮 당내 4선 이상 중진의원 15명을 초청, 오찬을 가진 것을 끝으로 지도체제에 대한 당내 의견수렴작업을 거의 마쳤다. 서총장은 그동안 고문단, 각 계파별 중진, 상임위 간사단에서부터 초선의원그룹까지 광범위한 접촉을 가졌다.

조순(趙淳)총재 이한동(李漢東)대표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각 계파 실세들과도 개별접촉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순수 집단지도체제였다.

그러나 이틀 전 일본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허주(虛舟·김윤환고문 아호)는 16일 “순수 집단지도체제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할 뿐”이라며 여전히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4월 전당대회를 실질적인 경선전당대회로 치르자는 게 허주의 생각이다.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도 이날 경북 문경―예천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특정인의 문제(조총재의 임기 보장)를 떠나 총재를 경선으로 선출하고 총재가 복수부총재를 지명하는 방식을 택해야 야당이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나의 오래된 소신”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는 현 지도부가 총재에 조총재를 재추대하면서 부총재를 경선하거나 조총재를 대표최고위원으로 추대하고 최고위원을 경선(이기택안)하는 방식으로 당헌을 고치려는데 대한 강한 불만과 다름없다.

이명예총재측은 이날 신경식(辛卿植) 목요상(睦堯相) 이상배(李相培) 유종수(柳鍾洙) 권영자(權英子)의원 등 지지의원들을 대동하는 등 각종 당내행사에서 ‘지지세(勢)’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만약을 대비하고 있다.

이달초 접촉을 가진 허주와 이명예총재는 조만간 다시 회동을 갖고 지도체제문제에 대한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경식 하순봉(河舜鳳)의원이 물밑에서 사전조율중이라는 전언이다.

그러나 조총재―이대표―서총장으로 이어지는 현 지도부는 허주―이명예총재측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론을 견제하며 ‘선(先) 단합론’으로 원내외 위원장들을 설득하고 있다. 특히 서총장은 이회창계 인사인 목요상 당헌당규위원장이 지난 5일 ‘총재 경선―부총재 지명안’을 다수안으로,‘조총재 추대―부총재 경선안’을 소수안으로 올리자 이를 단순한 1안, 2안으로 ‘탈색’시키며 허주―이회창계의 ‘독주’를 견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 지도부는 여권의 정계개편시도가 이뤄지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재경선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계파별 전면전이 불가피하고 그렇게 될 경우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논리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당내 계파 중 전당대회문제에 대해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쪽은 김덕룡의원측이다. 그러나 김의원 역시 경선은 결국 당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 각 계파를 향해 ‘경선 추진 중단’을 공개촉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의원이 주도하는 국가경영연구회 세미나에는 매번 20명 가량의 의원이 참석하는 등 세대결에도 대비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창혁·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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