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민과의 대화]대화록

  • 입력 1998년 1월 19일 07시 46분


―‘3월 경제위기설’ ‘6월 금융위기설’ 등이 있고 1년안에 국가부도사태(모라토리엄)도 가능하다는 데 사실인가. “1년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외국 금융기관에서 외채상환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모라토리엄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원유 식량 등 아무것도 살 수 없고 자동차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고 전기공급이 끊어진다. 또 우리는 많은 식량을 외국에서 사왔는데 북한과 같은 식량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서방선진7개국(G7) 국가들이 80억달러를 주기로 해놓고도 ‘은행들이 단기외채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못주겠다’고 한다. 국내 여건을 개선시켜 모라토리엄 사태로 가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외국손님을 집으로 많이 초대해 이희호(李姬鎬)여사가 힘들텐데 이 자리에서 고마움을 표현해 달라. “외채문제 때문에 외국 정계 경제계 사람들을 집으로 초청해 만난다. 외국사람들은 집으로 초청하는 것을 최고의 예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사람이나 가족들의 고생이 많다. 여보, (국민들이)당신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 많이 도와주세요.” ―외환위기로 외국투자자본을 유치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경제적 식민지가 되는 게 아닌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는 산업혁명이래 계속된 민족경제시대에서 세계국가 세계경제시대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나라가 자신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남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쌍방통행의 시대다. 이제는 국제적 협력을 얻는 나라만 성공하게 된다. 미국 상무장관이 도요타USA와 IBM저팬 중 어느 것이 미국 것이냐고 할 때 ‘당연히 도요타USA’라고 했다 한다.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 생산하면 우리 국내총생산(GDP)에 들어간다. 10을 만들면 7,8은 인건비나 세금 등으로 우리나라에 남는다. 무역보다 외자도입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영국은 GDP의 25%, 미국은 17%가 외국자본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외국투자가 많았다면 지금같은 위기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나서서 도와줄 것이다. 폴란드의 대우자동차 공장은 폴란드 것이지 우리나라 것이 아니다. 한 외국기자가 세계에서 외국인에게 가장 불친절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 적이 있다. 이러면 관광객도 외국투자가도 안온다. 우리도 외국에 얼마든지 투자하고 장사를 하고 있다. 식민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이제는 세계속에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 ―중소기업지원책에 대한 견해는…. “21세기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중소기업시대인 만큼 새 정부는 중소기업문제에 역점을 둘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벤처기업이 미국 GDP의 약 30%를 점유했고 2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정부재정에서 7천억원을 지원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차관 10억달러를 모두 중소기업을 위해 쓰도록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여력을 50조원까지 늘릴 것이다.” ―국민에게 당부할 말은…. “금 모으기나 달러 모으기를 보면 우리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지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다. 이렇게 착하고 자랑스런 국민을 고생시키는 게 분하기도 하고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책임도 느낀다. 가지고 있던 금을 내놓는 것이 애국이다. 각 가정에서 전등 하나만 꺼도 2천8백만달러, 실내온도를 1도 내려도 2천3백만달러가 절약된다. 수돗물도 전부 외화다. 음식물쓰레기가 8조원 정도 된다는데 이중 20%만 줄여도 10억달러가 된다.” ―농촌대책은…. “IMF사태에서 벗어나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추진할 것이다. 사료가격 안정기금을 부활시켜 환차손이 생기면 보전해주는 것도 검토중이다. 농가부채 상환유예 등 농어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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