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합작 파트너인 인도네시아 아스트라그룹 지분 4백69만달러를 단돈 1백달러(16만원)에 인수했다.
LG전자는 8일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아스트라그룹과 합작으로 설립한 ‘LGEAE’의 아스트라그룹 지분 51%(4백69만달러)를 1백달러에 인수하는 의향서를 지난해 12월 24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LGEAE는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 생산업체. 91년 이후 계속 흑자를 기록하다 현지 통화인 루피나의 평가절하로 지난해 적자 3천5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재계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를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기업 헐값 처분’이 한국에서도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를 주목하고 있다.
▼왜 헐값에 정리했나〓지난해 10월 IMF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인도네시 기업들은 올해부터 기업 결합재무제표 심사가 강화될 것에 대비, 지난해 말부터 적자기업 정리에 나서고 있다.
50개가 넘는 계열사를 갖고 있는 아스트라도 예외가 아니다.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LGEAE는 정리대상 1호.
LG전자 관계자는 “아스트라그룹이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으나 자금이 없어 결국 지분매각을 했다”며 “아스트라그룹이 지분 인수를 통사정해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그룹은 3천5백만달러의 적자를 떠안아 결합재무제표로 인해 그룹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느니 출자금 4백69만달러를 과감히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국내기업은 어떤가〓“재무팀에서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 그룹은 결합재무제표가 도입되면 부채가 두배로 늘어난다. 결국 국내외에서 차입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한국 재벌그룹들도 적자기업을 헐값에 매각해야 할 날이 멀지않았다.”(L그룹 고위임원)
이 관계자는 “외국기업들이 적자 기업보다는 해외 합작법인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본격적인 합작사 지분매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화그룹은 합작사인 독일의 바스프우레탄사에 지분 51%를 1천억원에 매각했다.
S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합작선의 지분을 해외합작 제휴선에 매각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업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2,3건은 아주 구체적인 단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기업인수합병(M&A)전문가들은 “정리할 계획이면 서둘러야 제값을 받고 팔수 있다”며 “시기를 놓치면 아스트라그룹처럼 허겁지겁 헐값에 넘길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