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이제 「욕먹는 대통령」으로 변신할 각오를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국민에게서 인심을 얻을 일이 없어 보인다.
국가부도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나자 덮쳐오는 대량실업사태의 먹구름이 그렇고,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회복지 확충요구에 어떻게 부응할지가 그렇다.
▼어정쩡한 정책 혼란 가중▼
모든 학부모의 한결같은 요구사항인 사교육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임금삭감이 없어도 물가폭등으로 실질임금을 감봉당하는 상황에서 사교육비 경감은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시원한 대책이 나오기는 힘들다.
김당선자는 사회분야의 밑그림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그릴 수밖에 없다. 「경제주권」을 국제통화기금(IMF)에 뺏긴 상황이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장밋빛 공약」이었던 사회분야의 대국민 약속을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솔직성과 진지함이다. 한번도 집권을 해보지 못한 오랜 야당정치인의 생활을 통해 어쩌면 체질화된 「수사학적」인 대책을 나열하는 것은 이제부터 금물이다.
김당선자는 우선 실업문제와 고용안정대책에 대한 새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정립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선거 기간중 표를 의식해 「일정기간 해고 중지」 등의 약속을 내놓듯이 새정부의 인기를 염두에 둬 「어정쩡한」 실업대책을 밝힌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김당선자는 이미 2년간 유예키로 했던 정리해고제의 즉각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본입장을 바꿨다. 이제 남은 것은 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을 대폭 삭감할 것이냐, 아니면 현재의 임금수준을 유지하되 대규모 감원을 감내할 것이냐의 택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업대책에 있어서는 김당선자의 철학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실업사태를 방치하고 고용을 악화시킨 인기없는 대통령이 되더라도 훗날 경제를 회생시켜 고용을 재창출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먼길을 가겠느냐는 것이다.
김당선자는 새해 초 TV에 출연해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 자리에서 자신의 철학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정부가 청와대 비서실을 감축하는 것 외에 각 부처와 공기업 조직을 어떻게 구조조정해 내핍을 솔선수범할 것인가를 국민 앞에 내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설득력있는 고통분담을 호소할 수 있다.
사교육비 문제는 9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약간의 해소책이 엿보이고 있다.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됨으로써 많은 학부모가 과외 욕구를 자제할 수 있다는 반응을 여론조사에서 밝히고 있다.
▼「욕먹을 대통령」각오를▼
사실 교육열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고 치열한 입시경쟁이 상존하는 나라에서 사교육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대학의 입시자율권 확대를 일관성있게 추진해 대학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전형을 할 수 있게 되면 과외 욕구를 상당부분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회복지부문의 산적한 과제도 인기를 의식하지 않는 정책으로 접근할 때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 일례로 국민연금의 「저부담 고급여」정책이 88년의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면 욕를 먹을 각오를 하고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한다.
사회분야 정책과 관련해 김당선자는 각별한 주문을 받고 있다. 논공행상을 위해 과거의 정권처럼 「단명 장관」을 대량배출하는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데는 일관성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종완(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