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비리 상고심 판결의미]포괄적뇌물죄,대법판례로 확립

  • 입력 1997년 12월 26일 20시 09분


현 경제위기의 시발점이 됐던 한보사건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26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일단 마무리됐다. 전현직 정치인 8명에 대한 재판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추가로 불구속기소된 상태여서 「대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피고인 전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는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관치금융 등 오늘의 국가위기를 초래한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문제점이 집약돼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로 법조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상고심 판결내용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1,2심에서 인정한 국회의원의 「포괄적 뇌물죄」를 대법원 판례로 확립했다는 점이다. 상고심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경우 국정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소관 상임위 활동과 관련이 없더라도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한 받은 돈에 순수한 정치자금의 성격이 함께 내포돼있더라도 뇌물죄 성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은 향후 재판에 기속력(羈速力)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의 「떡값」이나 「활동비」 등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존립할 근거는 없게 됐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홍인길(洪仁吉)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은 모두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현행 통합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보 피고인들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석방 및 사면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중에는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권노갑(權魯甲)의원이 포함돼 있어 사면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권의원의 측근인사는 『권의원은 김당선자의 당선소식을 듣고 「필생의 소원을 이루었다」고 만족해하고 있으며 사면이나 석방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연말 이전에 권, 홍의원 등에 대해 형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의원 모두 건강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형식적인 형집행정지 요건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석방이 이뤄지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우석(金佑錫)전내무장관을 비롯한 한보사건 관련 정치인 5명이 모두 풀려나게 된다. 따라서 계속 수감중인 은행장 등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형 부정부패 사건 연루자들이 죄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줄줄이 풀려날 경우 여론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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