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들은 15대 대통령에 당선한 김대중(金大中)후보를 「한국의 넬슨 만델라」라고 비유하거나 12월18일 대선을 「한국의 시민혁명」으로 부르며 집중보도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정치적 탄압과 역경을 이겨내고 3전4기 끝에 대통령에 당선한 그의 정치역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한국경제가 처해 있는 위급한 상황을 들어 『김당선자의 앞에는 영광과 함께 경제를 살려야 할 고난의 길이 가로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 미국
미국 언론들은 18일 김후보가 당선한 사실을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헌정사상 50년만에 처음으로 야당이 집권한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73세로 대통령에 당선한 김후보는 「한국의 넬슨 만델라」로 불리고 있다』며 『두 사람은 불의와의 투쟁에 삶을 헌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 민주주의 십자군을 이끌어온 김후보는 자신을 투옥 납치 추방하고 사형선고까지 내렸으며 트럭으로 깔아버리거나 바다에 던져버리려고 했던 정부의 수반이 되어 내년 2월 군사독재자들이 웅거하던 청와대로 입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트는 또 『김당선자는 미국에서 26개월간의 망명생활을 하는 등 미국의 가까운 친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3만7천명의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하는 등 한미동맹간의 외교관계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CNN ABC NBC 등 TV방송들도 『김후보의 당선으로 한국에서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며 『새 대통령은 IMF 이행계획과 관련, 인기없는 경제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실업을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보도했다.
▼ 일본
일본의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마이니치(每日) 등 주요 신문들은 19일 김후보의 당선소식을 1면은 물론 3,4개면을 할애, 대서특필했으며 NHK를 비롯한 방송들도 톱뉴스로 전하면서 선거과정과 당선자의 인생역정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일본언론들은 『경제회생이라는 무거운 부담을 안고 국정에 임하게 된 김당선자는 당분간 다른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경제재건 등 내정에만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언론들은 그러나 김당선자가 지일파(知日派)로서 양국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독도영유권과 어업협정체결, 과거사 인식 등의 현안 해결에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언론들은 또 남북대화가 한층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일본과 북한간 국교정상화 교섭재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9일 새벽 1시(한국시간 2시) 김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졌다고 보도한 데 이어 김당선자의 프로필과 당선배경 및 향후 한국정치의 전망에 대한 분석기사를 타전했다.
신화통신은 김대중정권이 향후 다양한 도전, 특히 기업도산과 금융기관 관리실패 등으로 빚어진 금융위기라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김대중정권의 장래와 관련,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와의 연립정부가 정책결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줄 수 있으며 정치적 사고의 차이 및 원내소수의석 등으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러시아
러시아의 각 TV들은 19일 동아일보기사 등을 인용, 김당선자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화면과 함께 『민주화투쟁의 대표적 지도자였던 김대중후보의 당선은 한국정부 탄생 이후 최초의 민주적 정권교체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TV방송은 「김대중대통령 당선」 등의 제목이 뽑힌 19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인용 소개하며 『김당선자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재협상을 주장한 바 있는 그에게 국제금융기관들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가 변수』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2위와의 표차가 적은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에게는 다수의 국내 거부세력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도 선결과제』라는 동아일보 기사를 그대로 보도했다.
▼ 유럽
독일의 뉴스전문 N TV는 『김당선자는 국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IMF와의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방송은 또 『북한이 식량위기 등으로 붕괴할 경우 한국에도 큰 혼란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며 『김당선자는 북한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단계적인 남북한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룩한다는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공영 ARD TV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지속될 경우 심각한 사회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김당선자로서는 IMF와의 협상결과를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활동의 여지가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랑스 국영TV와 프랑스 앵포 등 방송들은 18일 밤 뉴스를 통해 한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으며 김후보가 네번째 도전만에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