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음은 콩밭에』…선거의식 졸속입법 『부실』

  • 입력 1997년 11월 15일 20시 29분


예상했던대로 올해 정기국회가 졸속과 부실로 시종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 대선전이 한창인데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임기말 권력 누수현상과 정부부처간 이기주의 등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대선 표밭」을 의식한 대표적 입법사례는 내년에 신설될 예정인 특허법원을 대전광역시에 설치하는 내용의 「각급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개정안. 당초 이 개정안은 자민련소속 의원들이 발의했으나 신한국당소속 법사위 의원들도 반대할 경우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시행시기를 2002년 3월로 미루고 본회의에 넘기는 등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됐다. 통상산업위에서는 여성유권자를 겨냥해 신한국당이 제출한 「여성기업활동촉진법안」, 국민회의가 제출한 「여성경제인지원 및 기업활동촉진에 관한 법안」 심의를 계속 미루고 있다가 17일에야 전체회의에 상정, 법안소위에 회부될 예정이어서 부실심의가 우려된다. 집단이기주의 성격을 띤 입법사례도 적지 않다. 구속영장실질심사의 요건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출신 의원들과 판사출신 의원들이 법무부와 법원을 대신해 격론을 벌인 끝에 검사출신의원들이 많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5대2로 통과됐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과 변호사단체가 반발하자 법사위는 이 안을 다룰 전체회의를 당초 13일에서 17일로 미뤄놓은 상태다. 농림해양수산위와 보건복지위가 축산물의 위생관리 권한을 서로 상임위 소관부처(각각 농림부와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하기 위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축산물위생처리법개정안과 식품위생법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부처이기주의에 따른 입법 난맥상. 교육부가 제출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의 경우 교육감 선거제도가 종전의 간선제에서 준직선제로 바뀌었는데도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처벌조항은 종전대로 두었다가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무려 10여개의 처벌조항이 새로 추가되는 등 해프닝을 빚었다. 〈이원재·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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