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7일 신한국당 탈당 결행에는 우선 「정쟁(政爭)탈출선언」이라는 의미부여가 가능하다. 또 최근 「국민신당 배후지원 의혹」을 둘러싼 폭로공방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가 정상적인 국정수행조차 어렵게 된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당적보유와 대선공정관리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게 김대통령의 소신이었으나 국민신당 개입의혹 등으로 양립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탈당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이미 지난주 『조만간 탈당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었다고 전한다. 최근 연쇄접촉한 각계원로들의 의견도 탈당권유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데다 계속 탈당을 미룰 경우 자칫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와의 「곳간열쇠 다툼」으로 비칠 가능성도 우려했다는 것.
특히 2일 김대통령과 독대한 한 인사는 『신한국당이 어떻게 대통령이 만든 당이냐』며 탈당을 강력히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김대통령은 국민신당 창당대회(4일)가 열린 직후 탈당하는 모양이 신당 지원의혹을 증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했던 듯하다.
그러나 이번주 들어 「국민신당 흔들기」에 국민회의까지 본격적으로 가세, 청와대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주공(主攻)목표가 되자 청와대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했고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뤘다.
김대통령이 탈당을 결심하게 된 배경중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이총재측의 무차별 공격. 특히 6일 신한국당의 경북필승결의대회장에서 당원들이 김대통령을 상징하는 「03」마스코트를 내리치는 장면이 연출됐고 「친(親)이총재」 진영의 B, P, Y의원 등이 지구당사에서 김대통령의 사진을 철거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패륜행위』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튼 김대통령은 「정쟁탈출」과 함께 「적극적인 심판」의 역할을 맡겠다는 각오인 것 같다. 김대통령은 이날 비서관들에게 자숙지시를 내린데 이어 비서진의 특정후보 지원행동이 적발될 경우 인사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민신당 지원의혹」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이날 보인 몇가지 언행 정도로 국민신당 지원의혹이 완전히 불식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보다는 앞으로 얼마큼 자신의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김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천명한 「엄정한 심판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