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신한국당의 폭로로 촉발된 「비자금 정국」이 후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신당(가칭)이인제(李仁濟)후보는 수혜자로 나타났고, 비자금의혹의 당사자인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반면 김후보에게 일격(一擊)을 가한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피해자가 됐다.
▼ 이회창후보 ▼
비자금공방으로 이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으로 보는 전망(13.5%)보다 지지율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44.3%)이 더 우세했다. 신한국당의 「네거티브」전술이 국민회의 김대중후보의 이탈표를 흡수하는 「반사적 이익」을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지지후보를 바꿨다」고 답한 응답자중 이후보에서 다른 후보로 바꾼 응답자가 40.9%로 나타나 국민회의 김후보가 받은 타격(29.7%)보다 훨씬 컸다는 사실로도 입증된다. 여자(37.4%)보다는 남자(43.5%)가 이후보에 대해 더 비판적이었고, 자영업자와 사업자(56.3%) 공무원(57.0%)들이 비판여론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여권성향을 보였던 안정희구세력의 이반현상으로 풀이된다.
▼ 김대중후보 ▼
김후보는 지난달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9.7%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4.9%포인트 상승한 34.6%로 나타났다.
김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이율배반적 태도도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특징중 하나. 비자금설로 인한 김후보의 지지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5%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지후보를 바꿨느냐」는 질문에는 5.3%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즉 김후보의 지지율하락을 점친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은 후보를 바꾸지 않고 「다른 사람이 후보를 바꿀 것」으로 예측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자금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도 김후보의 지지자중 82.9%가 「반드시」 또는 「가급적」 김후보를 지지할 뜻을 비춰 단단한 응집력을 보였다.
▼ 이인제후보 ▼
이번 비자금파문으로 후보를 바꿨다고 응답한 유권자(전체의 5.3%) 중 50.9%가 대안으로 이후보를 선택했다. 특히 「후보를 바꿨다」는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권 유권자중 42.6%와 29.4%가 「이회창후보에서 이인제후보로 바꿨다」고 응답, 영남권 유권자의 무게중심이 비자금정국으로 이회창후보에서 이인제후보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후보와 조순후보가 이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이후보 지지자중 91%가 계속적인 지지의사를 밝혔으나 조후보로 단일화했을 때는 43.6%만이 조후보를 지지했다.
향후 상황변화에 따른 지지후보 변경여부와 관련, 이후보 지지자들의 45.3%가 「변경가능성이 있다」고 응답, 김대중후보의 26.1%에 비해 응집력이 떨어졌다.
〈이원재·윤영찬·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