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총재 첫TV토론 스케치]출마이유등 시종 공세

  • 입력 1997년 9월 24일 19시 41분


민주당 조순(趙淳)총재는 대선후보로서 처음 출연한 23일 TV토론회에서 때로는 토론자들의 말을 가로막으며 「하고 싶은 말」을 다하려 애썼다. 조총재는 최근의 지지율하락을 의식한 탓인지 초장부터 공세적으로 나왔다. 그는 『시정에만 전념한다고 하더니 왜 출마를 했느냐』고 공격하자 『기존의 후보로는 지금의 잘못된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후보의 정책과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자 『TV토론에 나온 것이 처음이다.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맞받았다. 『서울시장 공약이행률이 17.6%에 불과한데 국정운영능력의 한계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기존 법령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17.6%는 오히려 대성공』이라고 항변했다. 한 토론자가 『조총재는 능력이 편중된 게 아니냐』며 「경제대통령」을 문제삼자 『만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정된 기간내에 풍부한 경륜을 쌓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그는 곧바로 『당장 민주당도 장악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공격이 이어지자 『장악, 무엇이 장악이냐. 돈과 공천권으로 하는 것이 장악 아니냐』면서 『동의를 구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면 된다』고 반격했다. 『세(勢)도 돈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정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는 지적에는 『국민에게 나의 이상에 동조하면 십시일반으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싶다』고 받아 넘겼다. 국가경영과 외교안보문제에 대한 토론에서 조총재는 시종 원론적인 수준의 대답으로 일관하면서 엉뚱한 데서 「경제」이야기를 꺼내는 등 초점에서 벗어난 답변을 계속했다. 그런데도 질문자들이 전날 이인제전지사와의 토론 때와는 달리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아 토론의 긴장감도 전날에 비해 훨씬 떨어졌다. 특히 전날 이전지사에 대해 강의식으로 질문을 하며 이전지사를 깔보는 듯한 태도를 노골적으로 내보였던 한 질문자는 이날 조총재에 대해서는 눈에 띄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조총재를 「선생님」이라고 호칭하기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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