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겉도는 여야협상…「나눠먹기」 의혹

  • 입력 1997년 9월 20일 20시 26분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시한(9월 30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가 자신있게 내놓을 결과물은 거의 없다. 양측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핵심의제에 대해서는 아예 협상자체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를 위해 국회에 개혁안을 청원한 「돈정치추방 시민단체연대회의」와 「참여민주사회 시민연대」 등은 협상마감시한을 앞두고 국회앞 시위나 「특위위원 개별면담 후 입장 공개」라는 각종 압박수단을 동원, 실력행사에 들어갈 태세다. 정치개혁작업 핵심 중의 하나인 정치자금법 개정안의 경우 신한국당은 「현실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고 야당은 「투명성」보다 여야의 「형평성」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신한국당의 개혁의지에 강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야당에 대해서도 정치자금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치개혁은 국민이 정치권에 위임한 사항인 만큼 밀실협상이나 적당한 타협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현재 여야와 시민단체간에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현안은 △지정기탁금 폐지여부 △TV토론방식 △정당활동 제한범위 △선거공영제 확대 △떡값 처벌 △정치자금 실명제도입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허용여부 등이다. 지정기탁금 문제는 신한국당대(對) 야당 및 시민단체가 대립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정당에만 국한했던 지정기탁금제를 오히려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 입후보자에게까지 확대하는 안을 제시, 야당 및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지정기탁금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TV토론은 여야가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핵심의제 중 하나. 여야는 일단 공영방송에서 의무적으로 3회이상 토론회를 개최하는데는 합의했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여러명의 야권 후보들이 한명인 여당후보를 집중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1대1토론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야당 및 시민단체들은 후보간 합동토론을 요구하고 있어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떡값 처벌조항이나 정치자금 실명제 도입 등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할 법개정에 대해서는 야당도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로부터 「초록은 동색(同色)」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신한국당은 아예 규제안을 내놓지 않았고 야권은 정치자금의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자금을 투명화하는 것은 야권에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군색한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여야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처벌조항 삽입여부는 우리 정치가 선진정치로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핵심개혁조항』이라며 여야 모두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연대회의 고계현(高桂鉉)정책연구부장은 『국민에게 「정치개혁」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제시해 놓고 여야가 당리당략에 따라 또다시 「밀실협상」으로 「나눠먹기」를 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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