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사이 청와대와 여야가 뒤엉켜 소동을 빚은 끝에 전직 대통령의 추석전 석방이 일단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씨측에서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면서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3일 전씨측 민정기(閔正基)비서관과 이양우(李亮雨)변호사는 『이번 파동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우리가 뭐 말할 게 있느냐. 신문에 나온 내용 이상으로 아는 것도 없고 코멘트할 입장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전씨를 면회했다는 이변호사는 『아무런 말씀도 없었고 나도 꺼내지 않았다. 그 문제에 얽매이면 어떻게 수감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며 『그저 가만히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번에는 혹시…」하고 기대했던 눈치가 엿보였다. 이날 서울 연희동 전씨의 사저에는 부인 이순자(李順子)씨와 막내 아들 재만(宰滿)씨가, 노씨의 연희동 사저에는 김옥숙(金玉淑)씨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양측 비서관들은 분위기가 어떠냐고 묻자 『담담하다』면서도 『뭐라 코멘트를 할 입장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가족들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순자씨는 지난 1일 전씨를 면회했는데 전씨는 『신문에 난 것 봤다. 교도관도 얘기를 해 주더라』고만 말하고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지만 석방불가로 결말이 나자 다소 실망스러워 했다는 것.
김옥숙씨는 이날 정기면회(수, 토요일)를 가는 날인데도 면회를 가지 않고 칩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전씨의 한 측근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성격상 사면문제를 주위에서 들먹거리면 될 일도 안된다』며 최근의 정치권 논란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