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金潤煥(김윤환)고문은 최근 「여당후보 대선필승론」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킹메이커 불패(不敗)」 신화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지적에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며 『나는 대선후보를 만들었지 아직 대통령을 만든 것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고문의 요즘 언행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지율 하락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종종 측근들에게 『육감이 안좋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쪽은 청와대다. 측근들은 『김고문이 청와대 기류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의 불안감은 현재로서는 이대표와 정치적으로 한묶음인 김고문 자신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가 「이회창카드」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린 것 같지도 않다. 그는 아직도 이대표의 대선승리 가능성을 50%쯤 잡고 있다. 그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50%의 승리가능성」이 아니라 「50%의 패배가능성」 때문이다.
김고문은 최근 『과거 여당은 거의 100% 승리를 확신하고 대선을 치렀다. 이번과 같은 경우는 전례가 없다. 여당후보가 확정된 뒤 야당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진 것도 초유의 일이다. 더욱 문제는 이대표의 지지율이 반등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여당후보의 지지율이 10%쯤 앞서 있어도 대선 막판엔 접전양상으로 변할 수 있는데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김고문은 이대표의 「후보부적격론」이 지금은 당내에서 귀엣말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이대표의 지지율이 한계치에 이르면 공론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는 그때를 자신이 나설 시점으로 잡고 있는 듯하다. 그는 얼마전 사석에서 『누구는 미국에 가서 「호남대통령」 얘기를 했는데 나는 미국에 가서 「이대표로 될까」 하는 얘기를 하면 어떨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경선패배자들이 탈당한들 무슨 파괴력이 있나. 내가 탈당한다면 파괴력이 있겠지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그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명분을 축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가 일본인교수에게 趙淳(조순)시장을 지원하는 방안과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 및 신한국당 李漢東(이한동)고문, 무소속 朴泰俊(박태준)의원 등과 연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최소한의 명분을 의식한 것이다. 전자는 「3김(金)청산」, 후자는 「보수연합」이라는 명분인데 김고문은 대국민 설득력 차원에서 3김청산이란 명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김고문이 과연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할 「정치적 도박」을 결행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의 구상이 얼마나 구체적인지도 의문이다.
최근 김고문의 「이상한 발언들」에 대해 경선후 상응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측근들을 무마하면서 동시에 이대표로부터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김고문의 노련한 「줄다리기」로 보는 시각도 당내에 적지않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