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3차공판]법정서 마주친 동창-의형제

  • 입력 1997년 8월 11일 21시 05분


지난 93년3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환희의 술잔을 마주치던 金賢哲(김현철)씨의 고교동문 金德永(김덕영)두양그룹 회장. 그리고 현철씨를 「형님」으로 받들며 그의 뒤를 따랐던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사장. 11일 현철씨 비리사건 3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피고인석의 현철씨와 1m사이를 두고 증인석에 앉은 이들의 모습에는 당시의 흥분도 오랜 우애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 사건 핵심증인으로 검찰과 변호인측에서 무언의 압력과 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증언과정에서 「의리와 진실」사이를 오가며 곡예줄을 타야했다. 특히 김회장은 검찰측 신문에서는 공소사실을 대체로 시인하다가 이어진 변호인측 신문에서는 『돈을 준 것은 동문애 때문이었다』라거나 『신한종금 반환소송에 대해 현철씨에게 한번도 구체적으로 설명한 일이 없다』는 등 시종 오락가락, 방청객들을 답답하게 했다. 지난달 25일 아버지 金鍾浩(김종호)신한종금회장의 재판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왔던 김회장은 이날 『좌측 뇌가 마비된 것 같다』며 왼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들릴 듯 말듯 대답을 얼버무리다 재판장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성호전사장은 청탁여부를 묻는 검찰신문에 『의논한 사실이 있다』 『현철형이 걱정을 해줘서…』라며 애매하게 대답하다 검사의 질책을 받고서야 청탁사실을 시인했다. 증언과정을 지켜본 李勳圭(이훈규)대검 중수부3과장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기가 쉬울 수야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방청석에서는 현철씨의 부인 金姃炫(김정현·37)씨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하루종일 공판을 지켜보았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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