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李대표 「개각 신경전」

  • 입력 1997년 8월 6일 07시 50분


청와대가 5일 개각을 단행하자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측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河舜鳳(하순봉)비서실장은 이날 오전까지도 『그렇게 빨리 하겠느냐』고 말했었다. 이는 물론 이번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와 이대표측간에 사전협의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대표는 지난 4일 『앞으로 개각과 관련해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은 「개각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전제의 부인은 아니었지만 자신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의 표시로 들렸다. 이에 대한 청와대측의 반응은 민감했다.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이대표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는 이대표에게 끌려가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부심하던 터였다. 이대표 쪽의 반응도 민감했다. 한 측근은 5일 오후 『청와대가 이대표와 상의없이 개각하는 것은 무리다. 이번 개각도 궁극적으로 정권재창출을 위한 것인데 어떻게 대통령후보의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이같은 힘겨루기는 지난달말 金潤煥(김윤환)고문이 『김대통령이 총재직을 이양한 뒤에 개각을 해야 중립성 시비가 일지 않는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을 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대표의 측근들도 비슷한 얘기를 해 청와대를 자극했다. 청와대가 5일 개각을 단행한 것은 이대표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움을 과시,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주도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대표측은 『개각은 몰라도 총재직 이양만은 8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힘겨루기와 보이지 않는 갈등은 계속될 것 같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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