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첩첩산중』…아들병역 파문-黨내분 조짐

  • 입력 1997년 8월 1일 19시 51분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李會昌(이회창)대표는 갈 길이 바쁘다. 그러나 두 아들의 병역파문이 발목을 잡고 있어 속이 탄다. 이대표 진영은 이번 TV토론 직후 여론조사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여성(與性) 고정표의 위력을 믿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빠지자 여성 고정표의 일부가 부동표로 숨는 바람에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이대표 진영은 생각한다. 이대표 진영이 정작 우려하는 대목은 당내 정비작업의 차질이다. 전통적으로 여당선거는 조직에 크게 의존해왔다. 더욱이 이대표는 입당한 지 1년6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정치신인이라는 점에서 대선을 앞둔 조직정비보다 시급한 일이 없는데 상황은 여의치 않다. 물론 이대표 체제 출범 후 10여일이 지나면서 당내 잡음은 상당히 잠잠해졌다. 「반(反) 이대표」 진영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속속 이대표 주변으로 모여들거나 협조를 공언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당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이대표 진영의 끊임없는 손짓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리는 사람들도 꽤 있다. 朴燦鍾(박찬종)고문 등 일부 인사들의 침묵에선 뭔가를 결행하기에 앞서 각오를 다지는 듯한 기미마저 느껴진다. 이대표 아들들의 병역면제 파문은 당내의 술렁거림을 한층 증폭시켰다. 합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어딘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내심 때문에 당 관계자들의 태도는 어정쩡하다.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표를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나설 수도 없어 난감해 하는 표정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대표의 「후보부적격론」까지 슬며시 고개를 든다. 이같은 동요는 아직 「내연(內燃)」 정도의 수준이나 여론조사 지지율의 하락추세가 지속된다면 사정은 보다 심각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이대표와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지지율이 역전된다면 신한국당으로서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일부 경선패배후보 등 「반 이대표」 세력이 이대표의 「본선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동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신한국당의 한쪽이 무너지고 이른바 「제4후보」의 탄생 가능성도 한층 커질 것이다. 문제는 병역면제 파문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병역면제 파문은 「법」의 문제이기 이전에 「국민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대표의 참모들이 당초 야측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엎드려 있기로 한 것도 병역면제 경위에 대한 세간의 의혹들을 명쾌하게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희망과는 달리 「바람」은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김대중총재와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가 서서히 당바깥으로 발길을 내디디면서 대선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데도 이대표는 당내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이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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