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정치인,李대표에 功다툼-아부성-줄대기『꼴불견』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신한국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당선된 李會昌(이회창)대표를 둘러싸고 기존의 측근들과 새로 밀려드는 인사들 사이에 벌써부터 미묘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대표주변인사들 사이에서 노골적인 공다툼과 아부성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신한국당의 새로운 진풍경을 이루고 있다. ▼공 다툼〓이대표가 신한국당 대통령후보로 당선된 다음날인 22일 경남 출신의 K의원은 신한국당출입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에 보도된 이대표참모진 명단에 내 이름이 빠졌다』며 자신이 이대표를 위해 발벗고 나선 일들을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설명했다. 비단 K의원 만이 아니다. 요즘 이대표의 경선대책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기자들과 만나기만 하면 이대표의 당선에 자신이 세운 공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내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서 합류했는지 아느냐』 『내가 (위원장을) 몇명이나 끌어 모았는지 아느냐…』는 식이다. ▼아부성 언행〓지난 21일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대표가 대통령후보로 당선되자 전당대회사회자가 이대표를 「민족의 대표」로 호칭해 빈축을 샀다. 같은날 밤 자축연에서 한 의원은 이대표 부인을 「영부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22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선대책위원회 해단식. 충남출신의 한 원외위원장이 건배제의를 자청했다. 그러나 자신이 건배를 제의할 때 이대표가 눈길을 주지 않자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사회를 맡은 洪準杓(홍준표)의원이 이를 눈치채고 『대표님, 선배와 악수 한번 하시죠』라고 말했고 이대표와 손을 맞잡고서야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자리다툼〓현재 이대표 진영의 최대 관심사는 내주 초에 있을 비서실 체제 개편. 대규모 특보단에 누가 들어갈지를 놓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인사들은 경선당시 세운 공을 내세우며 자신이 특보단에 포함돼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같은 자리다툼은 △지난해 이대표 입당때부터 보좌해온 원외 인사 그룹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합류한 원내 선발 합류파 △지난해 3월 대표위원에 임명된 뒤 들어온 원내 후발합류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원외 인사그룹은 「원훈(元勳)공신」임을, 선발합류파는 「원내 세결집」의 공로를, 후발합류파는 「대세굳히기」의 공을 내세운다. 특히 「허주(虛舟·김윤환고문의 아호)계」를 중심으로 한 후발합류파와 黃珞周(황낙주)경선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민주계 인사들 사이에는 마찰음이 들리고 있는 실정. ▼줄대기〓최근 이대표 주변에는 정치권 인사 뿐만아니라 관계 법조계 재계 문화 예술계에 이르기까지 이대표에게 직접 줄을 대거나 그의 핵심측근들에게 선을 대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몇몇 현직장관과 청와대수석이 벌써 이대표에게 줄을 섰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으며 법원과 검찰 고위간부 누구 누구도 선을 대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대표의 특보 출신인 한 의원은 『요즘 이대표 주변에 접근하기 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면서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려고 몰려드는 「파리떼」가 이렇게 많을 줄은 정말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주도권 다툼〓벌써부터 이대표의 경기고 후배와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이대표 직계와 金潤煥(김윤환)고문계가 논공행상을 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양대 세력들은 앞으로 당 대표나 사무총장 선대위원장 등 주요 당직 혹은 선대위직을 비주류측에 나눠주는 것에도 저항감을 나타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민주계의 한 중진의원은 『이대표는 낙선 후보들을 챙기고 민주계도 달래고 싶겠지만 직계그룹이나 허주계 인사들이 양보하지 않으면 그같은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훈·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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