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고 있는 성당의 「사목회」 고문으로 10여년간 본당일을 함께 해주는 金大中(김대중)총재의 가슴과 얼굴에는 항상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하다.
김총재는 지방나들이나 외유할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주일 오전11시 미사에 정확히 나온다.
또한 다방면에 걸쳐 지식이 풍부하여 모든 이를 놀라게 한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그 공부는 언제 하셨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감옥에 가보십시오』라고 뜻밖의 답변을 했다. 원치 않는 감옥이라는 도량(道場)에서 터득한 학도(學徒)라는 뜻인가.
나는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4년전부터 「토마스의 집」이라는 행려자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총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큰 힘이 돼 주셨다.
김총재는 우리사회의 소외계층, 불우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따스한 사람이다. 그가 때때로 되풀이하는 말이 자신의 면모를 적절하게 보여준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넘쳐흐르고 평화가 무지개처럼 피어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김총재의 세례명은 「토머스 모어」다. 토머스 모어는 이상적인 국가인 「유토피아」라는 작품을 쓴 사람이다. 「유토피아」에서는 재산과 재물이 공동소유이며 가난한 사람이 없다.
그러나 게으름은 죄가 되고 하루 6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 육체와 건강은 축복이고 병은 죄가 되며 여가는 고상한 취미로 보낸다. 성인 토머스 모어처럼 김총재가 만들어나갈 유토피아는 과연 어떤 것일까.
김종국<서교동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