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일화 첫 협상]『잘해보자』 악수나누며 웃음꽃

  • 입력 1997년 7월 11일 20시 59분


11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대통령후보 단일화협상을 위한 수임기구간 첫 합동회의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회의 시작에 앞서 양당 위원들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최근 여러차례 있었던 양당간 골프회동 뒷얘기들로 웃음꽃을 피웠다. 『앞으로 잘 협의해서 반드시 열매를 맺도록 하자』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1차회의는 어디까지나 「상견례」 수준에 그쳤다. 회의시간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양당 수임기구 위원장인 韓光玉(한광옥) 金龍煥(김용환)부총재가 간단한 인사말을 한데 이어 사전에 준비해온 합의문을 추인하는 절차만을 거쳤다. 이어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도 양당 위원들은 덕담(德談)만을 주고받았을 뿐 향후 단일화협상과 관련한 얘기들은 거의 꺼내지않았다. 합의문도 그동안 여러차례 다짐해온 협상원칙을 재확인하는 정도였다. 양당은 『양당이 중심이 되는 정권교체를 이룩해야 한다』면서 『대통령후보의 단일화와 양당의 공동정권을 뒷받침하기 위한 내각책임제 권력구조를 검토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향후 단일후보는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총재 중에서 나오고 내각제가 단일화 성사를 위한 「고리」임을 공식 천명한 것에 불과했다. 협상방식은 『우선 양당의 위원장이 중심이 되어 협의한다』고 밝혔다. 「한―김부총재 핫라인」이 교섭의 주축이 될 것임을 밝힌 것이다. 또 합동회의는 양당 위원장 합의로 소집한다고 밝혔으나 정기적인 회합일정이나 당장 2차 합동회의를 언제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약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두 위원장은 『정치협상의 성격상 속시원하게 밝히기 어려운 점이 많다』 『공개적으로 회의를 못여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미리 양해부터 구했다. 이는 단일화협상과정에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자민련이 후보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국민회의의 내각제 당론채택문제는 물론이고 단일화의 시기와 방법 절차, 나아가 권력분점 비율과 방식에 대해서도 양당간의 입장차가 크다. 당장 이날 첫 회의를 열면서도 양당은 합의문작성과정에서 적지않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의 내각제 당론채택을 기정사실화하고 합의문에 이를 반영하라고 요구했으나 국민회의가 난색을 표해 「검토한다」는 수준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단일화협상의 모든 현안은 「누구로 단일화하느냐」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지만 양당이 목표지점까지 도달하려면 결코 순탄치 않은 「험로(險路)」를 거쳐야 할 전망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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