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한국당 朴燦鍾(박찬종)후보의 표정에는 침울함을 넘어 비감(悲感)마저 감돈다.
합동연설회의 내용이나 어조(語調)도 눈에 띄게 처연해졌다.
점차 추락세를 보이는 지지도, 특히 李仁濟(이인제)후보와의 역전세, 크게 기대를 걸었던 민주계의 등돌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애증(愛憎) 등 박후보의 머릿속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하다.
『작년 1월 「4.11」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 입당, 전국구 21번을 자청해 국회의원직까지 잃으며 당을 위해 분골쇄신했다. 신체장기도 딸이 근무하는 연세대 병원에 사후기증키로 약속했다. 신한국당에 뼈를 묻겠다. 이제 당과 나라를 위해 내놓을 것은 「목숨」밖에 없다』
『내 나이 내일 모레면 육십이다. 나에게도 손자 손녀가 벌써 넷이다. 다시 기회가 주어질 지 모르겠다. 여러분 앞에 이렇게 서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지 모르겠다』
박후보는 경기(5일) 강원(7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거듭 이렇게 호소했다. 마치 「신변정리」라도 앞둔 듯한 박후보의 연설은 급기야 김대통령과 민주계에 대한 울분으로 이어졌다.
李壽成(이수성)후보냐, 이인제후보냐로 압축된 민주계를 향해 박후보는 무차별 공격을 쏟아냈다.
『여러분은 문민정부 5년동안 측근정치 패거리정치 사조직정치의 폐해를 절감했을 것이다.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농어촌구조조정사업 경부고속전철 등 김영삼정권의 대형정책들은 사실상 실패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그래도 김대통령의 개혁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박후보였다.
박후보의 「비감」이 다다를 종착역은 어디일까. 신한국당 경선판도를 가늠할 변수중 하나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