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DJ)총재와 자민련 金鍾泌(김종필·JP)총재는 20일 오전 광주(光州)까지 가는 비행기안에서 50여분간 「고공대화」를 나눴다.
국민회의 金仁坤(김인곤)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광주대학교 법인 창립 27주년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길이었다. 김의원은 신민주공화당 출신으로 JP와도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이날 양당의 화기애애한 공조관계를 「연출」하기 위해 애썼다. 최근 JP가 신한국당 李漢東(이한동) 李壽成(이수성)고문과 만나 「보수대연합」을 추진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면서 양당사이에 「이상기류」가 돌고 있기 때문이었다.
광주대학교 이사장실에서는 옆방으로 자리를 옮겨 배석자 없이 13분간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두 사람의 단독대좌는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회의 金琫鎬(김봉호)지도위의장과 韓光玉(한광옥)부총재가 바람을 잡았다. DJ는 처음에는 『아까 비행기안에서 충분히 얘기했다』고 어색해하다가 결국 측근들의 건의에 따랐다.
두 사람은 잠시 후 활짝 웃으며 방에서 나왔다. DJ는 『왜 웃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주위 사람들이 「나올때는 활짝 웃고 나오라」고 해서 웃었다』며 『아까 기내에서 얘기를 다 해버려 안에서는 딴소리만 했다』고 말했다. 역시 미소를 지으며 나온 JP는 『밀담을 어떻게 공개하느냐』며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
광주대 강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JP는 DJ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꽃다발을 받은 JP도 이에 화답하듯 DJ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JP는 축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김의원과의 인연과 덕담으로 일관했다. 반면 DJ는 축사 후반부에서 후보단일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DJ는 또 『기내에서 우리 두 사람은 「단일화를 반드시 성사시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순간 JP의 얼굴에는 다소 어색한 표정이 스쳤다.자민련의 한 관계자도 『글쎄, 합의를 했는지는 두 분만이 아는 것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광주〓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