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 李壽成 파장]黨울타리『흔들』…지각변동 시작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가도에 이상징후(異常徵候)가 속출하고 있다. 뭔가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둣한 심상치 않은 조짐마저 감지된다. 아직 진도(震度)나 진앙(震央)을 예측하기는 힘드나 7명의 대선후보 경선주자가 난립한 신한국당으로서는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산고(産苦)」라는 점은 분명하다. 18일 하루 동안 나타난 「의미있는」 징후들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李洪九(이홍구)고문이 주자중 처음으로 경선포기를 선언했다. 이고문이 포기선언을 하자 당안팎에서는 경선판도 정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경선구도가 압축될 것이라는 뜻이다. 즉 1차적으로 오는 29일부터 7월3일까지의 경선후보등록을 전후해 경선참여가 무의미할 정도로 현저한 세불리를 확인한 일부 주자들의 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분석이다. 앞으로 누가 경선포기를 선언할 것인지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의 괴리가 큰 주자들 중에서 추가 경선포기자가 나올 개연성이 크다. 물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의중, 즉 「김심(金心)」이 거들어 준다면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메워줄 수 있을 것이나 그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는 상황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주말경 「경선엄정중립」 입장을 다시 한번 확실히 못박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실감하는 주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민주계가 주축이 된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지원뿐이나 이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발협내의 의견통일이 어려운데다 김대통령마저 이들이 「김심」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특정주자 지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李壽成(이수성)고문이 18일 李會昌(이회창)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며 「탈당」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한 것이나 朴燦鍾(박찬종)고문이 『경선의 불공정성이 용인되면 신한국당은 야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서도 이들의 초조한 「심정」이 엿보인다. 특히 이고문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3분의1정도가 지지하면 또다시 의무감이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향후 행보가 여권의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조자 서슴지 않았다. 이고문은 회견에 앞서 17일 『내가 집권하면 집권 2년이 되는 2000년까지 권력구조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여의치 않을 경우 탈당해 자민련 등 일부 야권세력과 손을 잡고 「국민후보」로 출마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포석이다. 「반(反)이대표」 정서가 강한 민주계 일각에도 『차라리 야당을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정발협의 徐淸源(서청원)간사장이 18일 당무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대표직 사퇴를 거론한 것도 이고문이나 박고문의 움직임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대표측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대표직사퇴문제는 철저히 자신이 판단할 문제라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판단을 김대통령에게 떠넘기려는 전략도 검토중이다. 아무튼 그동안 원거리 포격 양상을 보여온 신한국당내 경선주자간 전투는 점점 「접전(接戰)」양상을 보이면서 화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물론 어느 경선에서나 전투가 없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갈 길은 멀고 전선(戰線)도 복잡다단하다는 점에서 신한국당의 파란이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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