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작년 상장회사 순이익률이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0.6%인데 준조세가 0.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각종 기부금이 주요 요인이지만 일부는 정치자금입니다. 또 기록이 안된 부분도 상당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이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과거처럼 정치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지요.
▼이양희〓국가경제의 부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국가 도덕률의 붕괴와 국론 분열사태를 야기한다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법만 고치면 모든 것이 제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도 너무 피상적이에요. 이 마당에 대통령이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한들 누가 따르겠습니까.
▼이재오〓기업이 돈을 안 내게 하려면 그런 큰 돈이 필요없게 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기업에 손 벌릴 이유가 없게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해결될 길이 없어요.
▼박원순〓돈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치기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제도개혁을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실에 영합해서는 안되겠지요. 법제는 어디까지나 현실보다는 이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야당측이 여당과 같이 돈의 논리나 현실에 영합하면 항상 지게 마련입니다. 차별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지요. 야당이 그런 문화를 선도해야 합니다.
▼이정희〓지금까지 수도 없이 관련 제도를 고쳐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동안의 입법과정이 여야간 타협의 산물로 끝났기 때문에 오늘의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지정기탁금을 존속시키면서 국고보조금을 늘렸고 또 정액영수증을 도입하면서 정치자금실명화에 역행하는 방향의 제도가 만들어진 것도 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여야가기득권을챙기려는자세보다 모든 것을 내놓는자세가돼야한다고 봅니다.
▼강문규〓지난 94년 여야 합의로 통합선거법이 제정될 당시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오늘의 상황을 예측하고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여야의 타협으로 만들어진 통합선거법은 최선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정치권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게 당시 우리들 시각이었지요.
▼임좌순〓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데는 현실을 보고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통합선거법이 성공적이었고 이상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전을 한번 돌아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선거 때마다 선심관광이나 봉투돌리기 등 직접적으로 돈을 뿌리는 게 초미의 현안 아니었습니까. 비록 정치권의 담합적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당시 상황으로서는 이상에 근접한 법개정이었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강문규〓물론 성공적이었다는 측면도 있고 국민 의식수준이 올라갔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의식과 제도는 같이 간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고요. 그러나 법적인 차원에서만 효율성을 따지다 보면 오류가 생긴다는 사실을 유념하자는 얘깁니다.
▼김영환〓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이 있어요. 여야를 같은 조건으로 동렬에 놓고 얘기하면 야당에는 억울한 상황이 생기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들도 많아 집니다. 그동안 정치권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의식전환도 상당부분 이뤄졌습니다.
▼이양희〓한보사건의 교훈을 비싸게 사야 합니다. 과거 법개정은 여당이 우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야와 각계가 공청회를 거쳐서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아예 시민단체 등 외부에 맡기고 정치권은 빠지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문규〓말로만 약속하기보다는 입법절차에서 건전한 단체가 참여해 고쳐야 합니다. 선거법에 시민단체의 선거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조항도 고쳐야 합니다. 정당법도 고쳐야 해요. 정치인의 이합집산도 더이상 용인해서는 안됩니다. 총선으로 심판받은 사람이 이당 저당으로 옮겨다니는 민의의 배반이 말이 됩니까. 6개월이든 1년이든 당적을 옮기지 못하게 해 대의정치를 왜곡하는 행위를 막아야 합니다.
▼이정희〓제도개선과 정치권의 변모노력 못지 않게 국민의식 개혁문제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참여양태도 달라져야 하겠지요.
▼박원순〓법제도의 개선은 부메랑효과가 있습니다. 제도개선은 관행과 의식도 바꿀 수 있다는 얘기지요. 현실적으로 의식개혁은 법의 개혁을 통해서, 그리고 정치과정에서 나타나야 합니다. 한가지 국회 청문회보다 더 좋은 국민 정치의식교육의 장(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좌순〓국민들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는데도 행동은 다르다는 게 문제지요. 특히 우리 국민들은 선거법 위반에 대해 너무 관대한 것 같아요.
▼이정희〓독일 연방의회 건물의 외벽은 완전히 유리로 돼 있습니다.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의지의 표현이자 국민들의 감시기능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우리도 이번 정치개혁을 통해 정치권의 내벽을 투명하게 바꿔나가고 21세기를 희망속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이철희·정용관기자〉
◇ 참석자 약력
▼ 姜汶奎(강문규·66)
△YMCA전국연맹사무총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연합상임공동대표 △아시아시민운동연구원원장(현) △한국시민단체협의회상임대표(현)
▼ 孔柄淏(공병호·38)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자유기업센터소장(현)
▼ 金榮作(김영작·56)
△일본도쿄대 정치학박사 △12대 국회의원(민정당) △국민대정치외교학과교수(현)
▼ 金榮煥(김영환·42)
△민통련정책실차장 △15대 국회의원(국민회의·경기안산갑) △국민회의 정세분석실장
▼ 朴元淳(박원순·42)
△대구지검검사 △대한변협인권위원 공보이사 △참여연대사무처장(현)
▼ 李良熙(이양희·52)
△대통령정무비서관 △정무제1차관 △15대 국회의원(자민련·대전동을) △자민련제1사무부총장(현)
▼ 李在五(이재오·52)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민중당사무총장 △15대 국회의원(신한국당·서울은평을) △신한국당정치개혁특위위원(현)
▼ 李政熙(이정희·44)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박사 △한국외국어대정치외교학과교수(현) △한국정치학회 편집이사(현)
▼ 李漢久(이한구·52)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제학박사 △청와대경제수석비서실근무 △대우그룹회장실근무 △대우경제연구소장(현)
▼ 任左淳(임좌순·49)
△중앙선관위선거지도과장 선거국장 △중앙선관위선거관리실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