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가 92년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총대」를 메고 나선 배경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이 문제는 그동안 이대표의 「정치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도 이대표는 지난 23일 청와대 주례보고를 마치고 나와 김대통령을 대신해 「대선자금문제는 자료가 없어 밝히고 싶어도 못밝히겠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대선자금 문제는 정상처리돼야 한다』 『여야 모두 당시 상황을 고백하고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해명 처리돼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내의 한 민주계 인사는 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를 향한 「사랑의 전화」(love call)라고 비유했다.
정발협의 「반(反) 이회창 정서」를 돌려놓기 위해 나름대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뜻이다. 사실 정발협은 이대표가 언젠가는 대선자금 문제를 들춰내 민주계를 말살시킬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신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이대표가 정발협을 묶어놓고 1차투표에서 결말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자신의 「대쪽 이미지」까지 버려가며 대선자금 총대를 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새로 정발협 간사장을 맡은 徐淸源(서청원)의원은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발협은 이대표를 반대하는 모임이 아닌 중립모임』이라고 「화답」했다.
여기엔 물론 김대통령의 의중, 즉 「김심」(金心)을 중립상태로 묶어놓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 같다.
김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 건(腱)」인 대선자금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총대」를 메고, 김대통령을 통해 민주계의 「반 이회창」 기류를 제어하겠다는 것이 이대표측 계산인 것 같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