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1일 이후 83일만에 다시 검찰에 출두한 金賢哲(김현철)씨의 신분은 「피의자」다. 검찰은 현철씨를 소환하기에 앞서 전 대호건설 사장 李晟豪(이성호)씨 등 측근들에 대한 조사와 계좌추적을 통해 현철씨의 비리를 상당부분 확인한 상태다. 비자금만 해도 1백억원대가 넘는 거액을 찾아냈다.
그러나 검찰이 밝혀낸 현철씨의 비리 전부가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철씨의 범죄성립 여부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현철씨가 이성호씨와 두양 우성 신성그룹 등 고교동문 기업인들에게서 받은 27억원 가량의 「활동비」다.
현철씨는 지난 93년 11월부터 이씨에게서 활동비조로 매달 5천만원씩 12억원을 받고 두양 등 동문 기업인들에게서 매달 6천만원씩 15억원을 정기적으로 받아왔다.
만일 현철씨가 공무원으로서 이같은 활동비를 받았다면 이는 전액 뇌물로 볼 수 있다.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이 좋은 예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법률적 권한이 국정전반에 미쳤기 때문에 기업인들에게서 받은 돈의 거의 전부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현철씨는 사실상 국정 전반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권한이전혀없는 사인(私人)이기 때문에 전, 노씨의 경우와는 다르다. 사인인 현철씨에게 적용가능한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죄다. 알선수재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준 사람이 부탁을 하고 또 돈을 받은 현철씨가 그를 위해 구체적 청탁을 했어야 한다.
다만 돈을 준 사람이 구체적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평소 술집 등 여러장소에서 만나 『내가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내가 해보려 하니 잘 봐주십시오』라는 말을 종종했고 현철씨가 묵시적으로 그런 취지를 알고 있었다면 알선수재죄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기업인들이 포괄적인 「보험금」으로 주었을 경우에는 범죄로 처벌할 수 없지만 돈을 주고 현철씨에게서 사업과 관련한 특혜를 받았다면 알선수재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수형·하종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