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소환 앞둔 정가]「리스트」의원들 『전전긍긍』

  • 입력 1997년 4월 10일 19시 55분


한보자금을 받은 정치인, 이른바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리스트」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청와대에서는 「정공법(正攻法)」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여야는 모두 긴장하면서 나름대로 「방어법(防禦法)」을 강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검찰의 「정태수리스트」 수사방침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옥석을 가리기 위한 검증작업이다』 『결코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게 아니다』 『현재까지 형사처벌 대상은 없는 것으로 안다』는 등 가능한 한 파장을 줄이려 애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검찰이 「증거확보전 소환불가」의 입장에서 「공개수사」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정치인 수사에 더이상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의 결정이 지난 8일 오후에 열린 청와대 핵심 관계자 대책회의 직후에 발표된 것이어서 청와대와 검찰간의 「사전 교감(交感)설」도 설득력있게 나온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청와대가 정치인 수사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것은 정치권의 「공멸」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金賢哲(김현철)씨에 대한 내사 결과 금품수수의혹이 발견되지 않았고 민주계 핵심인사들이 전면에 대두되자 민주계내에서 「벗을 것은 다 벗은 만큼 정공법으로 나가자」는 분위기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태수리스트」에 대한 신한국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한마디로 『노 코멘트』다. 사실여부에 대한 확신도 없는 마당에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분위기다. 당지도부는 그러면서 어차피 「정태수리스트」가 몰고올 태풍을 피해갈 수도 없는 상황인만큼 검찰이 하루빨리 문제를 매듭지어 줬으면 하는 눈치다. 한편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은밀히 검찰에 전화를 걸어 정총회장의 진술기록과 검찰의 수사방향을 물어보는 등 초조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내심 상당히 긴장하면서도 이런 저런 의혹을 제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야권은 특히 검찰의 수사방침결정 배경에 혹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즉 김현철씨 등에 대한 청문회 신문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돌려보자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야권내에서는 또 金德龍(김덕룡)의원이 주장한 「음모설」을 토대로 「정태수리스트」의 유출이 李會昌(이회창)대표 등 신한국당내 신주류와 민주계간의 암투과정에서 빚어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이동관·최영묵·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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